◎여,수습스케줄 차질 판단/야 공세 차단·수사독려 뜻/일단 열리면 대선앞둔 정국조율 자리로14일로 예정된 여야 3당 수뇌회담이 김영삼 민자당 총재의 요청으로 잠정연기돼 연기요청의 배경과 함깨 향후 회담 전망이 정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총재의 회담연기 요청은 무엇보다 연기군 관건부정 선거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늦어져 당초 생각했던 사태수습 스케줄에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뇌회담의 초점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시기 문제에 맞춰온 야당이 한준수 전 연기군수의 3차례에 걸친 관권부정 폭로를 앞세워 대대적 여권 압박 공세를 펴올 것이 명백한 현실에서 이에 대응할 수습카드를 전혀 갖지못한채 회담에 임해봐야 수세적 입지만 더욱 좁힐뿐이라는 판단을 한것 같다.
민자당은 당초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사건의 진상과 책임소재를 가려 관련자를 문책한뒤 공무원의 중립 보장 장치마련 등 발빠른 수습수순을 밟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수순의 첫단추인 검찰수사가 주말이 넘도록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함으로써 3당 수뇌회담을 능동적으로 이끄는데 큰 부담을 안게된 것이다.
따라서 민자당의 회담연기는 내부의 일정차질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과 함께 역으로 자칫 당과 여론의 기대수위에 못미치는 미봉적 검찰수사의 가능성을 사전경계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야할 것 같다. 특히 지난 8일 검찰의 민주당사 공권력 투입 및 한씨 강제구인을 민자당이 용인했던 것은 다소의 후유증을 감수하더라도 일단 검찰수사를 조기 매듭지어야 당의 차후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한씨의 폭로이후 이미 사건연루 개연성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다시피한 이종국 충남지사와 임재길 연기지구당 위원장에 대한 수사가 오히려 후퇴하는 인상마저 주게되자 이에대한 김 총재의 불만이 이날 회담연기 요청에 간접 표현 됐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때문에 김 총재는 일단 검찰수사 진척도를 봐가며 2∼3일정도 회담을 연기하자고 했으나 검찰수사 향배 등 여권내의 조율이 순조롭지 못할경우 김대중 민주당 총재의 방미이후인 20일께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또 야당이 이같은 여권내의 틈새를 십분활용,단체장 선거공세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여 회담에 임하는 민자당의 입지가 더욱 어렵게된 상황을 맞고 있다. 민주당이 이날 회담연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단체장선거가 연내 대통령 선거와 동시 실시되는 내용이 포함돼 3당 회담이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언급한 대목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국민당도 『김 총재가 합당한 이유와 설명도 없이 회담을 연기하자고한 것은 회담자체를 거부한 것과 같은 의미로서 매우 유감』이라고 논평,회담연기를 장선거 관철의 또다른 지렛대로 삼겠다는 입장을 뚜렷이 했다.
이처럼 수뇌회담 잠정연기는 여권내부와 여야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나 회담성사때까지 김 총재는 자신의 정국정상화 복안을 재정비하며 관권부정 선거사건의 처리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회담연기 자체가 정기국회 초입에서 열리게될 회담의 기본 성격을 변화시키거나 여야의 대선 정국운영 스케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이진 않는다.
특히 이번 회담은 형식상 1개월에 걸친 정치특위의 활동을 결산하고 미해결 쟁점에 대해 담판식의 정치적 타결을 모색하는 자리이지만 더욱 깊게 들여다보면 대선정국의 「3주역」이 대선때까지의 주요 정치스케줄을 심도있게 거론하는 모멘트로서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문제와 국회정상화를 둘러싼 팽팽한 대립으로 여야는 지난 6월이후 소모적 공방을 거듭해왔지만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선 현 시점에서 어떤 식이든 국면을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공통의 부담을 안고 있는게 사실이다.
자치단체장 문제에 대한 여야의 의견접근이 전혀 없음은 물론 또 한준수 전 연기군수의 관권부정선거 폭로이후 여야관계 및 주변상황이 더욱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회담결과에 대한 기대가 어느때보다 높은 것도 이러한 배경을 깔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검찰의 한씨 강제구인 사건직후 김대중 민주당 총재가 대여강경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야당도 국가경영에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대목은 매우 시사적이다.
단체장 선거문제와 국회정상화를 양축으로 얽혀온 정국에서 3당 수뇌회담이 각별한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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