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럽 금융통합의 전망/김인준 서울대·국제경제학(목요진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럽 금융통합의 전망/김인준 서울대·국제경제학(목요진단)

입력
1992.09.10 00:00
0 0

유럽통합의 한 분수령이 될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대한 프랑스의 국민투표가 10일후로 다가왔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은 유럽의 정치·경제통합에 대한 조약인데 내년부터 발효될 예정으로 각 회원국의 비준절차가 진행중에 있다. 당초 통합을 주도해온 프랑스에서도 찬반여론이 격돌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통과되리라 예상한다.유럽공동체(EC)는 그동안 유럽통화안정을 위해서 1979년 유럽통화제도(EMS)를 발족,성공적으로 운영하여 왔다. 유럽통화제도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는 유럽통화단위(ECU)와 환율조정메커니즘(ERM)이다. ECU는 유럽공동체에 참여하는 12개국의 화폐로 구성된 통화단위이다. ERM은 각 통화간의 기준환율을 설정,환율변동폭을 기준환율의 일정한 범위내에서 제한하는 제도이다.

유럽통화제도 운영의 가장 큰 성과는 80년대를 통하여,미·일·독간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을 보인데 반해 EMS의 경우 환율조정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환율안정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일·독간 환율의 불안정은 이들 국가들의 독자적인 금융정책 수행에 따라 각국간 금리수준이 크게 다르고 이에 따라 자본이동이 발생하면서 환율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EMS의 경우에는 오히려 자본자유화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80년대 후반부터 환율이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다. 이는 자본자유화와 더불어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EMS 회원국들간의 경제정책의 협조가 더욱 원활히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와같은 성공에 힘입어 EC 회원국들은 유럽 중앙은행제도의 창설과 EC 단일통화의 창출을 내용으로 하는 마스트리히트조약 체결에 정식 조인함으로써 유럽금융 통합원칙에 기본적으로 합의하고 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에서 금융통합은 3단계에 걸쳐서 추진되고 있다. 첫단계는 1990년 7월부터 이미 추진중인데 자본이동의 완전 자유화·금융시장 통합·전회원국의 환율조정메커니즘 가입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4년 1월부터 시작될 제2단계에서는 회원국 중앙은행으로 구성된 유럽통합기구(EMI)가 설립되며 EMI는 중앙은행간 협력 및 통화정책 조정기능과 제3단계로 이행을 위한 사전준비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제3단계는 늦어도 1999년 1월까지는 추진될 예정인데 유럽 중앙은행이 설립되고 단일 통화가 발행됨으로써 통화통합의 최종단계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금융통합 원칙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입장은 결코 같지 않다. 자극화폐와 경제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할 경우 각국의 이해관계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통화통합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다. 이들 국가의 입장에서 단일화폐와 유럽 중앙은행 설립에 따른 경제정책 독립성의 상실은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자국의 경제정책을 독일의 정책에 수렴시켜 경제안정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환율안정을 위한 유럽공동체간의 경제정책의 협조내지 조화라는 「슬로건」은 국내 반발을 억제하면서 경제안정정책을 채택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을 이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이들은 앞으로 유럽 중앙은행 창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주도적 위치를 장악하려 한다. 또한 단일통화가 창출되면 독일이나 영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독일은 유럽 중앙은행의 창설에는 동의하면서도 유럽통화단위(ECU)에 의한 통화단일화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ECU로 통화가 단일화되면 이제까지 마르크가 누리던 긴축통화로서의 이익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독일로서 가장 바람직한 금융통합은 마르크를 단일통화로 하는 유럽 중앙은행의 창설이다.

영국의 입장 또한 다르다. 아직도 정치대국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처지에 경제정책의 독립성을 포기,대륙국 중심의 경제정책을 따라가기 힘들다. 특히 파운드화가 수행해오던 국제통화로서의 위치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영국은 각국 통화는 그대로 두고 역내시장에서 자연적으로 긴축통화가 출현하도록 하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금융통합의 핵심은 단일통화를 사용,국가간 조정불가능한 고정환율제도를 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유럽공동시장에서 단일통화가 사용되면 환율변화에 따른 위험과 외환교환에 다른 거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생산성이 높은 국가위주로 환율이 고정되면 생산성이 낮은 국가는 국제경쟁력을 잃게 되고 국가간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럽금융통합의 성공여부는 국제수지 불균형이 심화될 때 독립적인 금융·환율정책 수단없이 커다란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다시 말하면 유럽공동체가 역내 금융시장의 결합,금융,재정정책상의 긴밀한 협조체제,노동을 포함한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 등 단일화폐가 사용되기에 적합한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요건을 얼마만큼 갖출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역내 국가간의 경제력의 격차도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이와같은 여건이 만약 갖추어지지 않으면 조약체결 결과와 관계없이 유럽 금융통합의 앞날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