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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와 난동/강병태 베를린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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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와 난동/강병태 베를린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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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극우파 청소년의 외국 난민수용소 공격으로 독일내외가 소란한 최근 어느 새벽에 기자의 아들아이가 다니는 공립유치원에 화염병이 날아 들어 건물 일부가 불에 탔다.교장에게 『외국인 아이들이 있다고 극우파가 저지른 소행같다』고 농담을 건넸더니 『불량 청소년들의 장난은 과거에도 흔한 일』이라고 극구 해명했다.

최근 사태에 독일 국내외 언론이 쏟아내는 보도와 논평을 토대로 정작 기사를 쓰려다보면 곤란함을 느낀다. 기자도 외국인 적대감을 겪고 분개도 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이 절실히 느껴지진 않기 때문이다.

외신은 지난달 로스토크의 난동이후 잇따르고 있는 산발적인 수용소 공격을 「독일전역 난동확산」으로 보도한다. 그러나 이는 1백∼2백명의 극우파가 몰려다니며 행패를 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독지역의 경우도 몇십명이 난동을 부리다가 화염병을 던져 가건물을 태웠거나 공기총으로 유리창을 갠 정도다.

네오나치 등 극우세력의 확산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지만,난동 청소년들은 구호에 관계없이 사회 외곽세력 수준도 못되는 불량 청소년들이다. 여기에 체제전환속에 일자리나 진학기회를 얻지 못한 청소년들이 가담한다. 그러나 이들의 숫자나 「반사회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별게 아니다. 다만 올해만도 40만명에 이르는 외국난민에 대한 일반주민의 불만이 공격대상과 명분을 제공한다.

동독주민의 동조적 태도도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과 좌절감이 위기수준임을 나타낸다기 보다는 『규율이 체질화된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몫을 갉아먹는 외국난민이 무질서나 범죄 등으로 주변을 어지럽히는데 반감이 크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프랑스 좌파신문 리베라시옹의 베를린 특파원은 7일 타게스 슈피겔에 기고한 글에서 독일 국내외의 위기론과 나치악몽 거론 등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독일인의 결집을 비난하는 것은 즐겁다. 그러나 우리는 독일인들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집안부터 돌아봐야 한다. 프랑스 유권자의 15%는 극우정당에 표를 던졌고 로스토크 난동이 있을 때 프랑스에서는 유대인 묘지가 파괴됐다』

이 지적대로 외국인 적대행위는 유럽 어느나라에나 있다. 독일사회는 어느나라보다 많은 외국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있고,다른 나라들은 문을 닫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나치」라는 과거에 묶여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사태를 과장하고,독일사회를 사시로만 볼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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