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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보너스봉투도 얇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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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보너스봉투도 얇아지고…

입력
1992.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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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대목 “실종”… 귀성발걸음 무겁다/재고쌓여 「휴가 더주기」 기현상/일부선 “자연스런 감원” 기대도올해 추석은 유난히 썰렁한 분위기다. 대목경기가 형편없어 기업이고 근로자고 모두가 무거운 마음이다.

기업들은 추석경기가 싸늘하게 식어 당초 예상했던 매출을 올리지 못한채 추석대목을 겨냥했던 상품들을 그대로 재고로 안게 됐다.

하반기 수출과 내수도 불투명,언제까지 허리띠를 졸라매고 군살빼기에 나서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근로자들 입장에서도 귀성발걸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전보다 선물꾸러미도 작아졌고 연휴를 마친 다음 직장으로 돌아오면 일자리가 제대로 남아 있을지도 궁금하다. 매년 회사에서 주던 떡값도 없어졌거나 줄어들었고 올들어 내내 불고 있는 감원바람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귀성직전 사장의 훈시는 수출과 내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안되고 있으니 회사 입장을 이해해주고 연휴를 마친 다음 새 기분으로 일하자는 말뿐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정기보너스 이외에 기업 별도로 떡값을 지급하지 않았고 휴가일수를 오히려 늘려잡고 있으며 귀성이후 회사로 돌아오지 않아도 괘념치 않겠다는 분위기가 올 추석의 특징이다.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 명절을 전후해 경쟁업체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단계 직급이 뛰어오르기도 했으나 이번 추석에는 있던 직장에서 조차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감원대상 물색에 고심하고있는 회사는 오히려 돌아오지 말았으면 하는 식이다.

예년과 달리 일찍 다가온 추석으로 의류업계는 추석대목이 실종됐고 백화점업계도 지난해 수준의 매상밖에 올리지 못했다. 선물세트 등 일부 품목은 지난해만도 못하다. 재래시장의 제수용품에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근로자들이 올 추석이 전과 다르다고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사라진 떡값. 삼성 럭키금성 등 대기업들 조차 정기보너스 이외에는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없다. 삼성그룹은 월지급액 기준으로 1백%의 상여금과 5만원상당의 선물세트를 지급했다.

럭키금성그룹도 1백%의 정기 상여금과 4만원가량의 생활용품세트를 지급하는 선에서 추석선물을 마무리했다.

포철은 정기상여금 1백%를 추석전에 앞당겨 지급했으며 현대그룹과 동부도 상여금 이외에 별도의 떡값은 없었다. 대우와 한국화약 등 일부 그룹만이 약간의 떡값을 지급했을 뿐이다.

현대그룹의 현대자동차는 특히 대형상용차 부문에서 추석을 전후해 무려 13일간의 장기휴가를 실시한다. 대형상용차의 재고가 1개월반 생산량에 해당하는 1천2백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휴가일수 연장현상은 현대자동차에 그치지 않고 수출부진과 재고에 허덕이는 의류 신발 기계 등 대부분 업종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년의 경우 근로자들의 추석귀성을 앞두고 이직방지책 마련에 고심했으나 올해는 이 걱정을 하지 않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큰 특징중의 하나다. 화승 등 신발업체와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공장자동화 등과 함께 감축해야 하는 인력이 이번 추석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감소하기를 바라고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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