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바로 내일(11일)이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자녀들과 부모 그리고 친지들이 고향의 옛집에 모여 차례를 올리고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최대 명절이 왔다.초가을의 소슬바람속에 송편과 햇과일로 차린 차례상의 음식을 함께 나누고 팔월 한가위의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서 1년내내 쓸쓸하기만 했던 농촌과 어촌 그리고 벽·오지 시골마을들도 정겨움과 삶의 생동감을 모처럼 되찾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제밤부터 시작된 추석 귀성인파가 전국적으로 2천만명에 이를 것이라니,추석 귀성길의 고생이 얼마나 심각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해 추석명절의 기쁨과 흥취에 젖어들기 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가 이러한 걱정을 하는 까닭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정부가 올해를 「교통사고 줄이기 원년」으로 설정했고 교통질서 확립을 위해 적지않게 애썼다지만 우리의 교통여건은 지난해 추석 귀성때보다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나빠진 측면이 더 많아 사상 최악의 체증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 추석 때보다 전국의 차량은 1백만대 이상이 증가한 4백90만대선에 육박했다. 2천만명이 나흘간의 추석연휴 동안 이동한다는데 대량 대중교통수단인 철도·고속버스·항공·선박 등이 실어나를 수 있는 인원은 5백만명 정도다. 나머지 1천5백만명은 승용차나 전세버스 등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4백90만대의 전국차량이 나흘 연휴기간에 한두번씩은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만도 지난해 추석 때보다 15%가 증가한 65만대의 차량이 추석 귀성길을 위해 10·11 양일간에 서울을 빠져나가리라는 추산이고 보면 평소 3∼4시간인 대전까지가 9시간,부산까지는 12∼15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결코 겁주기 위한 계산법만은 아닐 것이다.
잘못하다보면 한껏 즐거워야할 「추석 귀성」이 「노상귀성」이 되거나 「길바닥에서 맞는 추석명절」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러한 극한에 가까운 상황속에서 실낱같은 방안이 있다면 질서를 지키고 분산해서 고향길을 찾는 방법 밖에는 달리 묘안이 없을 것이다. 가급적이면 기껏해야 4∼5명밖에 못타는 자가승용차를 무리하게 끌고 가지말고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피치못해 승용차를 운행해야 한다면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와 고속도로 등을 피해 분산해서 가는 방법을 생각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고 기왕에 복잡한 길에 들어섰을 때는 질서와 양보를 하며 느긋하게 갈 작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생각할 것은 안전운전이다. 모든 귀성객들이 사고없이 귀성을 마치고 일상에 복귀했으면 한다. 교통당국은 사고예방과 교통질서 유지 등 귀성교통대책에 한치의 차질도 없도록 만전을 기함으로써 명랑한 추석 뒤끝이 될 수 있도록 가일층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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