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시스케이 지역에 군급파 경계【비쇼(남아공) AP 로이터 연합=특약】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소속 흑인 10만여명은 8일 남아프리카공화국내 시스케이 흑인자치주에서 지난 7일 발생한 보안군의 흑인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발포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시작했다.
이에따라 남아공사태는 그동안의 흑백정치 협상에 대한 기대가 무산된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8일 ANC의 대규모 시위가 시작되자 남아공 정부는 시스케이자치주에 군대를 파견,주요 시설의 경계에 나서는 등 남아공 전역은 일촉즉발의 위기감에 휩싸였다.
지난 7일 발포사건 이후 시스케이자치주 국경은 폐쇄됐으며 시위대들은 국경에서 6㎞ 떨어진 킹윌리엄 마을에 모여있다.
시위대를 이끄는 ANC 크릴라마포사 사무총장은 『시위대를 향한 무자비한 발포로 흑백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빠졌다』며 조만간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에서도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화협상 살얼음」 결국 깨지나/남아공 발포사태 배경·전망/ANC 강경파 입지강화… 대화재개 난망/대중시위로 시스케이장악 “거점화” 목표
살얼음판을 걷듯 진행돼온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평화정착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남아공 흑인자치주인 시스케이에서 7일(현지시간) 시스케이보안군과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시위대간에 유혈충돌이 빚어지면서 남아공 정국은 또다시 폭발직전의 극한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유혈참사가 발생한 직후 남아공 평화협상 당사자인 F W 데 클레르크 대통령의 백인정부와 ANC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격렬히 상대방을 비난했다.
이에따라 양측간 민주화 협상은 재개불가능의 상태에 빠져들게 됐으며 대규모 군중폭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흑인공민권회복운동을 벌이며 지난해 12일부터 클레르크 대통령의 백인정부와 협상을 벌여오던 ANC는 지난 6월17일 43명의 희생자를 낸 보이파통 흑인 자치지역 학살사건이 발생하자 협상중단을 선언했다.
ANC는 이어 전국적 규모의 흑인총파업과 시위를 주도,백인정부로부터 폭력 책임자 처벌,유엔감시단 활동보장 등의 양보를 얻어 냄으로써 정치협상 재개의 실마리를 찾는듯했다.
그러나 백인정부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흑인들에게 지난 수십년간 자행해온 인종차별에 대해 보상할 것 ▲공산당과 남아공 노조회의( CSATU) 등과 같은 조직을 합법화할 것 등 ANC의 급진적 개혁요구를 받아들일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사태는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백인정부는 그동안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 정책을 종식하고 다수인종인 흑인들과 권력을 공유하겠다고 누차 다짐해왔지만 흑인이 남아공을 통치하는 것까지 허용하겠다는 입장은 아니었다. 반면 ANC는 1인1표의 선거권이 보장된 완전한 대중민주주의의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유혈사태는 결국 양측의 이러한 근본적인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것으로,협상보다는 집단행동을 앞세우는 ANC와 남아공공산당 강경세력들이 잠재적 승리를 거두었음을 의미한다.
ANC가 대규모 시위장소로 시스케이를 택한 데에는 그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었다.
시스케이는 명목상 흑인들을 위한 독립지역으로 돼있으나 실제로는 ANC에 적대적인 우우파 코자가 통치하고 있는 것이다.
ANC는 협상중단 선언이후 『대중시위와 파업으로 클레르크 정권을 축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확고한 권력기반을 갖춘 클레르크 정권을 힘으로 직접 몰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따라서 남아공 정부의 조종을 받고있는 코자를 타도함으로써 시스케이내 권력구조를 뒤엎는 한편 남아공 정부에도 간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방법을 택하게 됐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시위대에 대한 시스케이 보안군의 발포는 결국 ANC의 의도대로 사태가 「진척」되고있음을 말해주는 셈이다.
이번 유혈충돌을 계기로 대규모 군중폭동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진것도 그동안 남아공 정부의 배후조정을 받으며 ANC에 대항해온 지도자들이 통치하고 있는 또다른 흑인밀집 거주지역인 보푸타프와나와 콰룰루 등지로 제2,제3의 AMC시위대 진입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ANC내 강경세력들의 입지강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며 남아공의 장래는 대화불능의 무한실력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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