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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권선거 정국」… 파문 확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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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권선거 정국」… 파문 확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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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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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폭로… 강제구인… 정국 “시계제로”/“폭거” 주장… 또다른 쟁점부각/민주/주도권 겨냥 강공… YS흠내기 주력/국민/“한계없는 수사” 문책선 고심/민자연기군 관권부정 선거파문은 한준수 전 군수의 2차 폭로로 새롭게 증폭된데 이어 8일 밤 검찰의 한씨 강제구인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사태까지 겹쳐 또다른 국면을 맞고있다.

검찰은 검찰출두를 3차례 이상 거부한 한씨의 강제구인은 당연하고 합법적인 공권력 행사라는 주장인데 반해 민주당은 이를 무법적인 정당 난입으로 비난해 강제구인 문제가 관권선거 문제와는 또다른 쟁점으로 부각될 조짐이다.

특히 경찰과 민주당의 대치 및 한씨 강제구인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사태는 민주당을 크게 자극,민주당의 입지를 더욱더 강경쪽으로 좁힐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한씨의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조직적이고 전국적인 관권개입의 증거로 규정,대여공세를 확산하려던중 한씨가 경찰력에 의해 강제구인되자 긴급 당직자 회의가 심야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등 긴박감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이날 경찰력의 당사투입 및 한씨 구인을 「폭거」 「난입」으로 표현하며 정부·여당이 이번 사건을 은폐·축소시키려는 의도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14일로 예정된 여야 3당 수뇌회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정국 시계는 그만큼 더 불투명해졌다고 해야할 것 같다.

○…민주당은 한씨의 제2차 폭로로 연기군이나 충남에 국한된것이 아닌 전국적·전면적인 관권부정 선거의 실상이 드러났다고 보고 여권 핵심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군단위·도단위의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안기부 주도로 열려 수시로 여당후보 지원방안을 논의했다」는 한씨의 증언으로 보아 당연히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기구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감사관이 파견돼 선거업무에 직접 관여했다」는 한씨의 증언으로 청와대의 선거개입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김영삼 민자당 총재가 자신의 책임하에 치르는 선거를 앞두고 한 전 군수에 격려금을 지급한 것도 관권선거에 대한 「독려」로 밖에는 볼 수 없다며 김 총재를 겨냥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수사대상을 확대,당시의 관계장관까지 당연히 문책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관권선거 공세의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지만 여권내의 갈등증폭을 겨냥한 계산이 깔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민주당 요구대로 문책대상이 확대되는 경우,부정선거 공세의 1차적 목표가 성취될뿐만 아니라 여권내 갈등이 엄청나게 커질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문책여부를 둘러싸고 여권내부의 이견이 노출될 수 밖에 없음을 쉽게 가상할 수 있다.

민주당은 또 한 전 군수의 신병처리와 관련,표면상 검찰의 구인에 강력히 대응해왔지만 내심으로는 당사에서의 장기대치에 커다란 부담을 안고있었다.

즉 민주당으로서는 본인 의사에 반해 조기출두를 종용할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합법적인 구인을 거부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이같은 민주당의 딜레마는 한씨가 구인됨으로써 자동해결된 셈이다.

이날밤 한씨가 구인된 후 한 고위당직자는 『정치명분상 당연히 버텨야 했지만 무한정 법집행을 막을 수도 없었다』고 곤혹스러웠던 그동안의 입장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구인과정에서 빚어진 「경찰의 당사난입」은 민주당으로서도 또하나의 호재를 만난 셈이다.

민주당은 이날밤 이례적으로 이기택대표의 성명을 발표,『이번 폭거는 현정권의 본질이 이성과 자제력을 상실한 폭력정권임을 온 국민앞에 드러낸 처사』라며 『과거 신민당사에 경찰을 강제난입시켰던 박정희정권이 불행하게도 몰락했듯이 이번 난입은 민자당 정권이 스스로의 무덤을 판 행위』라고 비난해 대여공세의 수위를 한결 높여갈 것임을 예고했다.<황영식기자>

○…국민당은 한 전 군수의 「2차폭로」로 관권부정 선거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섬에 따라 대여공세의 강도를 더욱 높이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민당은 연기출신의 박희부의원이 자당 소속임에도 불구,이같은 이점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 사실을 의식한듯 「제2라운드」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위해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따라 국민당은 8일 전날에 이어 이틀째 연기 및 대전서 현장조사 활동을 벌였으며 중앙당 차원에서도 집중적인 정치공세를 계속했다.

국민당은 특히 이번 사건의 근원적 책임을 김영삼 민자총재에게 돌림으로써 여권의 대선전략 자체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 즉 김 총재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한편 대선에서 있을 수 있는 관권동원 가능성에 미리 족쇄를 채워놓겠다는 계산인듯 하다.

동시에 이번 사건에 대한 김 총재의 강도높은 수습책을 유도함으로써 여권내 강·온세력간의 갈등과 균열을 야기시키겠다는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주영대표가 이날 총선 당시 내무장관의 해임과 검찰조사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선것은 이같은 전략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또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사건을 보면 과거 3·15부정선거 보다 더욱 극심한 부정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면서 『국가를 걱정하는 어른들이 나서서 부정선거 관련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야단을 쳐야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학생·청년들도 좌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해 여론의 강력한 뒷받침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편 변정일대변인은 한 전 군수 연행에 대해 『총괄적 관권선거를 지시한 이 지사를 먼저 조사했어야 했다』면서 『본말이 전도된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난했다.<정광철기자>

○…민자당은 한씨가 2차폭로를 통해 연기 관권선거 연루범위를 군·도를 넘어 안기부 등 주요 정보기관으로까지 확대시키자 이번 사건이 어디까지 파장을 미칠지를 따져보며 연일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민자당은 당초 한씨가 검찰에 출두하면 그동안의 수사 및 내사자료를 토대로 서둘러 수사를 매듭짓고 다방면의 수습카드를 금주초에 제시,국면전환을 꾀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한씨의 출두 지연으로 이같은 내부 스케줄에도 큰 차질을 빚은 인상이다.

현재 민자당이 생각하고 있는 수습카드는 성역없는 엄정한 수사로 관권부정 연루자를 명백히 가려내 형사적·행정적·정치적 책임을 묻고 김 총재가 민심수습 및 관료사회 안정을 동시 겨냥하는 입장을 밝힌다는 것. 이중 김 총재가 밝힐 의지는 ▲공무원의 선거개입을 방지하는 제도와 관행확립 및 공무원의 신분보장 ▲각종 당정회의의 불법적 정치색채 탈색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개선 또는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문책범위를 어디까지로 잡아야할지에 대해 크게 고심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검찰수사 결과 협의점이 드러난 이종국 충남지사와 임재길위원장,관련 공무원들은 형사적·정치적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 확실시 되나 안기부나 경찰의 직간접적 개입사실이 분명해지면 인책폭로 그이상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이와관련,김 총재는 8일 『부정과 관계가 있다면 그 책임의 한계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주목됐는데 당내 관측통들은 경우에 따라 총선 당시 관계장관의 경질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김 총재의 한 측근은 『정직과 도덕정치를 강조해온 김 총재는 이미 대선이라는 관점을 떠나 차제에 선거풍토와 관행을 확실히 바로 잡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음지서 묵묵히 일해온 대다수 공직자들의 사기진작과 신분보장을 위해서도 더 이상 이땅에 관권선거란 말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게 김 총재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던진 충격파와 당이 입은 타격이 엄청나 김 총재의 이같은 의지를 과연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우선적으로 문책의 범위를 고위선까지 확대한다고해도 현재상황에서 큰 효과를 기대키 어려울뿐 아니라 자칫 관료사회의 동요만 조장할 수 있고 적정선에서 매듭지을 경우 대선국면 내내 부담이 된다는게 김 총재의 딜레마이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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