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침해… 불 존재 약화/경제·사회 부작용도 커”/정부측 “통독 견제등 위해 필요” 홍보강화【파리=한기봉특파원】 오는 20일 유럽통합의 운명을 좌우할 프랑스의 마스트리히트조약 비준 국민투표를 10여일 앞두고 프랑스 전역은 치열한 찬반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찬반 각진영은 연일 대중집회와 각종 토론회·선전·서적출판 등을 통해 나름의 주장과 논리를 펼치고 있다.
미테랑 대통령은 지난 3일 TV토론에 직접나와 콜 독일 총리의 찬조출연까지 받으며 국민들을 설득했으나 8월을 기점으로 찬성과 거의 대등하게 올라선 반대여론은 좀체로 꺾이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 친유럽 성향을 보여왔던 프랑스 국민들이 유럽의 정치·경제 통합을 지향하는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반기를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11년 장기집권의 미테랑 사회당 정권에 대한 염증과 불신이 복합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조약이 국가의 주권과 고유권한을 침해함으로써 프랑스의 독자적 존재와 실체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C 집행위가 만드는 지침과 규정이 프랑스의 관련법규보다 우선권을 갖게 되며 이른바 효율적인 공동정책 수행이라는 명분하에 모든 영역에서 EC가 간섭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럴경우 프랑스정부와 의회는 자문기구로 격하되고 말 것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제3세계를 중시하고 미국의 정책에 비판적인 프랑스의 독자적인 외교노선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결구 마스트리히트조약은 EC 집행위를 초정부적인 거대한 괴물로 만들어 프랑스의 이념과 가치가 무책임한 브뤼셀 기술관료의 손과 로비에 종속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프랑스 국민들을 주춤거리게 하고 있다.
또 이 조약이 EC 회원국간 격차를 좁히고 EC 예산을 늘리기 위해 프랑스의 경제를 희생시킬 것이라는 점도 반대의 이유이다.
국경의 사실상 철폐는 이민을 급격히 유입시키고 프랑스에 거주하는 회원국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함으로써 프랑스의 안정적인 사회구조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통합에 따른 긴축정책이 당분간 실업률을 높이고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IMF(국제통화기금)의 전망도 반대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이밖에 마스트리히트조약이 동구권을 배제함으로써 철의 장막 대신 경제의 장막에 의해 고립되는 동구에 모험주의가 싹터 유럽의 안정을 저해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지금의 마스트리히트조약은 번영도 안정도 평화도 약속하지 못하는 반민주적인 것이라는게 반대론자들의 요약된 결론이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유럽통합의 시대적 당위성에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단지 부작용이 우려되는 현재의 조약내용은 재협상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사회당과 야당인 프랑스 민주연합(UDF)이 주도하는 찬성캠페인은 논리성을 결여한 채 주로 감동적인 측면에서 호소하고 있다. 프랑스가 비준에 실패할 경우 고립과 유럽통합의 좌절을 경고하면서 프랑스가 유럽통합의 주도권을 계속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통일 독일의 위협과 마르크화의 지배를 경계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통화동맹을 이룩하는 현 조약이 최선책이라는게 찬성론자들의 입장이다.
국민투표 캠페인은 반대론자들이 대체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초조해진 사회당 정부의 총력공세 양상을 띠고 있다. 분석가들은 아직까지 태도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30% 이상의 유권자들이 결국은 찬성쪽으로 기울어 근소한 차이로 비준이 이뤄질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을 주도해온 프랑스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강도 높은 비판적 분위기는 하나의 유럽건설에 대한 보다 명쾌하고 논리적인 설명과 비전제시를 유럽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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