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문제등 양쪽 입장 평행선【동경=문창재특파원】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방일은 두나라 관계발전에 어떤 작용을 할 것인가. 신생러시아공화국 정상의 첫 방일과 서울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순방은 새로운 국제정세 전개와 관련해 내외의 관심을 극동지역에 쏠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옐친 방일이 임박해오면서 일본내 분위기는 러·일 관계에 관한한 「크게 기대할 것은 없다」는 비관론이 갈수록 우세해지는 것 같다. 그의 방일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경호문제로 두나라 정부간 마찰이 표면화된데다 현안에 관한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른바 북방영토 반환문제,러시아는 경제협력문제를 양국간 최대 현안으로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2차대전이후 구 소련이 점령한 북방 4개 도서의 반환 약속이 없는한 경제협력에 응할 수 없다는 정경불가분론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경협에 응해주지 않으면 영토반환을 약속할 수 없다는 구 소련시대의 방침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다.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지난주 모스크바를 찾은 와타나베(도변미지웅) 일본 외상과 만난 옐친은 『정치적으로 영토문제에 결정을 내릴 시기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또 6일 NHK가 중계한 일본시민들과의 TV대화에서 그는 『이번 방문중 북방도서들이 반환된다는 기대를 갖지 말아달라』고 못박았다.
그는 오는 14일 미야자와(궁택희일) 총리와의 회담때 「영토문제에 관한 14개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보수파 혁신파 군부 사할린주 주민 등 각계 각층의 의견을 망라한 여러가지 대안중 어느 것을 정부안으로 택할 것인지 일본은 궁금해하고 있지만,분명한 사실은 조기반환을 약속하는 제안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측은 일본의 경제협력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선진 7개국(G7)중 러시아 지원면에서 일본이 최하위』라고 거듭 비난해왔다. 국제여론의 환기를 의식하면서 러시아가 일본에 경협을 강요하다시피 다그치는 것은 엔화와 일본기술이 그만큼 절박한 때문이다.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일본에 요구하는 경협내용은 ▲대륙횡단 통신용 광케이블 ▲고독성 산업폐기물처리 ▲핵무기용 플루토늄의 민간이용 ▲레이저기술 ▲화재방지신기술 ▲해난구조의 국제적 제도창설 ▲러시아 우주선을 이용한 공동실험 ▲지하자원 탐사기술 ▲저수준 방사선 차단용필름 공동생산 ▲호버 크래프트 건조 등 12개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대공산권 수출통제위원회(COCOM) 규제 등을 이유로 대체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러시아에 약속한 약간의 차관제공 의사만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와타나베 장관은 6일 한 민간 TV프로그램에서 『채권이 있지만 눈을 감고 몇가지 항목에 사인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1억달러의 식량원조와 7억달러의 차관제공 의사로 해석되는데,이 원조 액수는 일본이 약속한 지원액의 일부에 불과하다.
와타나베 장관은 구나시리(국준) 에토로후(택착) 시코탄(색단) 하보마이(치무) 4개섬 가운데 작은 두섬(시코탄·하보마이)만이라도 먼저 돌려주고 나머지 두섬은 주권인정을 해준다면 소련주민들의 거주권과 생활을 보장하겠다는 적극적인 2단계 반환론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파와 군부 및 4개섬 관할주인 사할린 현지주민들의 집요한 반대를 물리칠 수 없는 옐친 대통령으로서는 일본이 만족할만한 선물을 준비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4월 고르바초프 대통령 방일 때 「영토문제가 양국간에 존재함」을 인정한 수준이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일본에 이은 한국방문의 의미는 차치하고 러·일간에 영토문제의 해결이 없는한 아시아의 냉전구조 해소는 기대할 수 없다』는 한 일본신문의 평가는 4개 도서 반환이 일본에게 얼마나 큰 비원인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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