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해가 대통령선거의 해이므로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의해 지배되는 것을 염려,연초부터 정치권의 이성있는 자제력 발휘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정치권의 전횡이 심화되고 있는 것을 목격해 왔다.급기야는 정부·여당은 편성치 않겠다던 공약을 내던져 버리고 92년도 추가경정 예산편성을 명백히 하고 있다. 황인성 민자당 정책위 의장은 추경편성과 관련,『현재 예비비가 1천억원밖에 남아있지 않은 반면 올해 수천억원의 세계 잉여금이 발생,추경예산 편성이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최각규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도 『지난해 세수증가에 따른 교부금 정산,예산편성후 성립된 정당보조금의 증액 등 추경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이 문제는 93년도 예산의 확정과 함께 처리할 계획이다』고 했다. 정부·여당에 따르면 이번 추경편성의 규모와 재원은 세계잉여금 6천억원이다. 정부는 최근까지만 해도 추경불편성의 입장을 견지해왔던 것이나 민자,민주,국민 등 3당 대표가 대선의 선거비용을 국고에서 조달키로 합의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여당의 관계자에 따르면 추경세입 6천억원은 ▲재정투융자 특별회계중 양곡 기금에 3천억원 ▲지방재정 교부금 1천5백억원 ▲예비비 1천5백억원으로 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행 예비비는 1천억원에 불과해 재해대책비 등 통상적인 목적에도 빠듯하다. 대선자금 보조금으로 가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경예산으로 예비비의 증액이 불가피,잠정적으로 1천5백억원을 계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당인 민주·국민당측으로서도 내놓고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실상 92년도 추경예산은 편성하지 않아도 될 것인데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대선자금 국고보조의 합의 때문에 편성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극히 우려해왔던 정치의 경제유린이다. 아무리 정치우위의 상황이라 해도 어떤 논리에서 이러한 정책전개가 가능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여당은 추경편성을 강행한다면 중대한 국사적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우선 추경불편성의 공언을 뒤집은데 따른 신뢰도의 상실이 크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정기조 정책에 대한 정책당국자들의 의지가 의문시되고 설득력을 잃게 된다.
경제안정화 정책이 설 땅을 잃게 된다. 또한 조세법정주의 정신의 위배이다. 대선비용의 국고지원은 아직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사가 타진된 바도 없다. 정치권에서 관측기구를 띄웠다가 격렬한 여론의 반발로 유보된 상태다.
현행의 정치가 국고보조를 받을 만큼 질이 높지 않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견해인 것 같다. 그렇치 않아도 93년도 예산은 정치논리에 압도되어 만신창이가 돼있다. 민자당의 대통령후보인 김영삼총재는 도덕정치,깨끗한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이번 추경편성은 철회되는 것이 모두에게 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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