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정부/「언론자유」싸고 공방/“국가기밀법 위반 강력조치”/정부/“비리은폐에 법악용은 안돼”/기자협/“동남아 각국의 언론통제 현주소” 귀추관심【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단순형사 사건을 보도한 신문기사내용이 국가기밀법에 저촉되는지에 관해 말레이시아의 정부당국과 언론이 「초보적 수준」의 언론자유논쟁으로 맞붙었다.
발단은 최근 말레이시아의 유력 일간지 뉴 스트레이트 타임스가 탄스리알야스 오마르 콸라룸푸르 시장이 시청 간부들에게 볼보 고급승용차 22대와 핸드폰을 사주고 자신도 모로코의 휴양지 카사블랑카에서 호화판 휴가를 보내는 등 공금 1백70만달러(13억원 상당)를 유용했다고 보도한 것.
이 기사에 대해 말레이시아정부는 이를 보도한 신문과 해당 기자를 국가기밀법(OAS)을 발동,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섰다.
보도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선진사회 같으면 아무 문제거리도 아니지만 언론이 정부의 엄격한 통제하에 있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전례 드문 정부언론간 충돌로 그 귀추가 관심을 끌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는 공직자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준비중이라고 밝히면서 『언론이 그같은 비밀정보를 입수하게 된 과정이 국가기밀법을 어겼는지를 조사하겠다』는 강경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무장관도 『정부는 국가비밀이 새어나간 과정을 조사할 책임이 있다』면서 정부기관의 행위나 시책 집행과정은 비밀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국가기밀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콸라룸푸르 시장의 문제는 「정부기관내부의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86년에 개정된 국가기밀법은 국가기밀을 입수,공개한 언론인에 대해 1년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국가기밀과 관련,언론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 사건의 해당기자와 편집책임자에 대한 소환령이 내려질 조짐이 뚜렷해지자 말레이시아 기자협회는 『국가기밀법 개정당시 정치인과 정부지도자가 국민앞에 이 법이 정부내 비리를 은폐하는데 이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서약을 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기자소환 등 정부조치에 강력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을 폭로한 뉴스 트레이트 타임스지도 정보원을 결코 경찰에 밝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초 언론에 「괘씸죄」를 뒤집어 씌우려했던 정부는 국민 누구나 이 사건이 국가기밀법을 적용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 처리방안을 놓고 스스로 혼란에 빠져있다.
한편 싱가포르에서도 이달 중순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싱가포르 경찰이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국가기밀법을 근거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비즈니스 타임스지를 장시간 뒤지고 관련 편집자 기자 등을 소환,조서를 받았다. 이 신문은 지난 6월30일 『정부의 잠정집계결과 싱가포르의 2·4분기 경제성장이 1·4분기(5.1%)보다 떨어진 4.6∼4.8%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었다. 나중에 정부는 2·4분기 경제성장률이 4.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기사를 썼는데도 국가기밀을 의도적으로 입수,공개했다며 국가기밀법을 동원한 것이다.
서방 선진국에서는 언론자유의 중대 침해로 간주할 수 밖에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것이 동남아시아 각국 언론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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