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탕비 무너지랴」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진짜 공 든 탑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요즘 우리 주변엔 공든 탑은 찾아보기 어렵고 「부실」 일색인것만 같다. 다리가 내려앉고 방조제가 무너지며 지하철도 물이 샌다. 서대문의 독립공원도 문을 열자 부실이 먼저 고개를 내밀었다.이러한 부실은 독립기념관에까지 이어진다. 낯이 뜨겁고 분하다. 독립기념관이 어떤 구조물인가. 우리 시대의 아픔을 상징하고 겨레의 분노와 한과 결의와 자존이 담긴 곳이 아닌가. 독립기념관의 7개 전시관이 모두 비가 새고 습기가 차서 귀중한 전시물들이 훼손될 위험에 놓여있다. 3년간의 졸속공사로 개관 5년만에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이다.
독립기념관이 세워진 경위를 돌아보면 오늘의 부실을 더욱 참을 수 없다. 82년 여름,일본 교과서 왜곡 파동으로 국민 모두가 울분에 떨었다. 아울러 겨레의 기개도 한꺼번에 솟아 올랐다. 크고 작은 성의가 모여 7백억원을 마련했다. 보기 드문 전국민의 참여였다. 86년에 문을 열자 참배객이 하루 1백만명이 넘었다.
그런지 겨우 5년이 지나면서 이젠 관람의 발길도 뜸해지고 전시관의 누수라는 치욕의 현장을 드러내게 되었다. 무성의 공사와 무관심의 관리가 우리의 자존을 스스로 짓밟은거나 다름없다.
이제와서 허둥지둥 땜질 보수나 한다니 당치도 않은 일이다. 겨레의 명예를 걸고 철저한 점검과 동시에 근본적인 개수책을 마련해야 한다. 응급의 땜질은 독립기념관에 먹칠을 더할 뿐이다. 우리네 긍지가 더 상처를 입어서는 안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