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시대는 강력한 지도자 요구”/다양한 갈등조정 「적극정치」 펴야/도덕·정당성 갖춰야만 신뢰얻어국가 변혁기를 맞아 각계에서 새지도자상에 관한 제언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정통 경제관료출신 지식인인 박봉환 손해보험협회 회장(전 동자부장관)이 4일 자신의 지도자론을 폈다. 박 회장은 이날 한국발전연구원(이사장 안무혁) 주최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행한 「우리역사는 누가,어떻게 주도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최고지도자는 무엇보다 갈등 조정능력을 갖춘 강력한 리더이어야 하며 도덕성과 정당성이 그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강연내용 요약.
현대정치는 창조적 능력을 가진 강력하고 현명한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다원화 사회에서 올바른 통합방향을 찾고,변혁의 시대에 효율적으로 적응하고,권력에서 서비스로 이행되는 국가의 본질에 부응하기 위해서이다.
민주주의의 역기능이 심화되면서 정부의 통치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민주주의 정부의 순조로운 제도적 운영이 오히려 정부기능을 저해하고 지도층의 의사결정 능력은 저하되고 있다.
개개인의 가치요구가 우선되어 공통의 사회적 목적을 잃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공통의 기반이 없어지고 있다. 민주정치가 공통의 목적달성을 위한 과정이라기 보다는 대립하는 이해가 분출하는 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국내 사회·경제문제를 처리하는 능력이 저하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감도 상실하고 있다. 특히 정치지도층은 매년 반복되는 선거전으로 인해 각 집단의 이익을 조정·통합하지 못한채 머뭇거리다가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한마디로 현대 민주주의하에서 정부는 그 활동영역은 확대되는 반면 통치능력은 약화되는 모순에 빠져있다. 차원높은 정치지도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현대정치의 본질은 권력지배가 아니다. 「지배」가 아니라 「경영」이 현대정치의 본질이다. 마치 기업경영과 유사한 성격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최고권력자도 과거와 같이 지배자(Ruler)가 아니라 리더(Leader)로 변화해야 한다. 새로운 지도자는 상과 벌의 원리에 따라 추종자를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신뢰와 인정에 의해 추종을 받아야 한다.
현대 정치환경에서 최고 지도자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정부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다양한 이익주장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큰 용기와 통찰력 그리고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정치기술이다. 「적극정치」가 불가피한 현대민주제하에서 최고 정치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네가지 덕목이 있다.
첫째 높은 이상과 그것을 구현키 위한 구상 및 실천능력이다. 현실의 민주제도는 자칫 아무런 이상이나 계획이 없는 팔방미인을 리더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 정치는 모순과 자가당착에 빠져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전가되기 쉽다.
둘째는 선견력이다. 단순히 직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연구에 기초한 선견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셋째는 갈등 조정능력이다. 갈등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 쉽지만 이를 잘 해소하기만 하면 발전적인 변화에 기여하기도 한다. 사회적 갈등을 순기능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하는게 지도자의 요건이다.
지난 반세기에 가까운 민주화과정에서 우리 정치권과 정치지도자들이 드러낸 가장 심각한 약점이 바로 갈등 조정능력의 결여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란에 빠진 사회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고 과감하게 갈등적 요구들을 수용하고 때로는 결단성있게 잘라내는 지도력이 중요한 것이다. 이같은 갈등 조정능력은 정치지도자의 개인적 능력 외에도 지도자의 도덕성 및 정권의 정당성과 결부돼 있다. 이것 없이는 갈등집단이나 계층이 정치적 해결에 승복하지 않는다.
넷째는 정확한 판단력과 결단력이다. 나무와 숲을 함께 보는 대국적 견지에서 적절한 판단력과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도력의 원천은 국민적 불안이나 희망,즉 시대적 요청을 앞장서서 해결해주는데서 나온다. 지도자는 상황이나 시대변화에 맞춰 자기자신을 변혁시켜 국민의 희망을 간파하고 이를 극복,해결해주는 데서 힘을 갖게 된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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