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재개를 앞두고 아르투어 둔켈 가트(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사무총장이 지난 2일부터 3일간 한국을 방문,노태우대통령을 예방하고 최각규부총리,이상옥외무·강현욱 농림수산부장관 등 관련 각료들과 회담을 가졌다.둔켈 사무총장의 방한은 이달말께 재개되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사전 협조요청을 위한 선무방문이다. 그는 지난 7월이후 중남미지역부터 주요국가를 순방하기 시작,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하고 이어 홍콩을 거쳐 대만도 방문한다.
둔켈 총장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주재,쌀을 포함한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는 이번 방문에서 한국측에 의해 설득당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설득하는데 역점을 뒀을 것이다.
알려진바로는 양측은 기본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노태우대통령은 『한국은 총고용인구의 약 17%가 농수산업에 종사하는 만큼 농수산물이 급격히 개방되는 경우 농업기반의 붕괴,대량실업 등 사회·정치적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므로 농수산물 시장개방은 점진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고 우리의 기본입장을 되풀이했다.
주무장관인 강현욱 농림수산부장관은 쌀을 비롯한 15개 비교역품목(NTC)의 시장개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쌀 시장만은 절대로 개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더욱 강화,확대한 것 같다. 15개 비교역품목은 쌀,보리,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우유 및 유제품,고추,마늘,양파,감자,고구마,감귤,대두,옥수수,참깨 등이다. 사실상 쌀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수입되고 있어 한국측 주장의 설득력이 약해질 수 있다. 한국측으로서는 수입을 폐쇄한다는 것이 아니라 수입통제권을 갖겠다는 뜻이 강하다.
한편 둔켈 사무총장은 쌀도 「예외없는 관세화」 품목으로 받아들이되 「최소시장접근」에 따라 수입량을 물리적으로 제한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시장접근」의 규모는 연간 수입량의 약 3%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한때 쌀수입 절대불가를 고수,우루과이라운드 협상실패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는 것보다는 둔켈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이 「차악의 선택」이라는 입장을 가졌다. 결국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은 미국과 EC측의 농산물생산 및 수출보조금의 철폐폭·시기·속도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쌀시장 개방문제도 유보됐던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재개를 앞두고 우리는 다시한번 우리의 협상전략을 재확인해야 한다. 쌀시장의 개방 절대불가가 성역이라면 이것을 지키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자국의 소맥수출에 10억달러의 지원을 약속,수출보조의 철폐를 주장해온 그들의 기본입장과 배치되는 조치를 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주변상황이 변하는 것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미국·EC의 정치지도자들도 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등질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쌀시장의 개방 절대불가,그것이 재삼 강조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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