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부활된 지방교육자치가 엊그제로 1년을 넘겼다. 교육자치 실시 1년동안에 도출된 법적·제도적·의식적 측면의 여러문제들을 차분하게 점검하고 개선을 위한 대안들을 마련할 단계다.그러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노력보다는 교육감 선출방식이 잘못돼 교육자치가 제대로 안되는 양 그 문제에 대한 개선 논란만이 무성하다. 교육자치가 안고 있는 문제제기가 잘못돼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교육위원과 교육감을 비록 2중 간선과 간선이긴 하지만 민선으로 뽑는다고 한들 현행의 법령하에서는 지방교육이 자주성과 중립성,그리고 지방의 특수성을 제대로 살리고 민주화된 교육의 참모습을 보이기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교육위원회가 지방교육시책 결정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법률적 제약을 풀지 않는한,중·고생들의 학원수강 허용이라든가 육성회비 인상폭 조정 등 교육행정과 시책의 현안결정에 주민들 의사가 반영될 수 없다.
지방교육에 주민이 참여하여 관주도의 획일행정을 민주화한다는 교육자치의 큰 뜻은 그래서 공염불일 수 밖에 없고 그로인해 주민들은 교육자치를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자치를 하자고 했더니 교육감과 교육청 관료들은 중앙(교육부)으로부터 자신들의 독립성내지는 자율성만을 강조하는 자치로 오인하는 측면도 많다. 단위학교와 교원들 또한 자치의 주역은 자신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교육위원들도 아전인수격의 과잉욕구로 교육감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시행착오들은 너그러이 봐줄 수 있다. 정치판의 거의 불치병같은 파행과 비교하면 「교육자치 1년」은 우등생의 후한 점수를 줘도 아깝지 않다.
한살밖에 안된 지방교육자치에 뜀박질 못한다고 몰아세우는 조급함이 문제라면 더욱 문제다. 본질을 제쳐두고 곁가지가 비틀린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왜곡이 더욱 걱정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감 선출방식을 당장 바꿔야 한다는 성급한 개선논의다. 「무등록·무추천제」의 현행 교육감 선출방식은 물론 완벽하거나 이상적인 제도는 못된다.
그렇다고 대안으로 제시된 「후보등록제」나 「후보추천위원회제」가 현행의 소위 교황선출 방식보다 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잘못하면 개선이 아닌 개악의 소지가 더욱 많다. 후보등록제는 정치판 선거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후보를 등록시키고 소견발표를 하게하고 공개적인 득표활동을 할 수 있게 하자는 방안이다.
현행의 선출과정 비공개 방식과 얼굴없는 후보의 은밀한 득표공작이 부정과 의혹의 소지가 되니 공개적인 선거운동을 하게 하면 그것이 적어질 것이니 궤변에 가깝다.
마음먹고 선거판을 차리게 할 때 교육감선거가 국회의원선거보다 돈 덜 쓰고 중상모략 없고 깨끗한 선거가 되리라는 기대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추천위원회제는 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관건이지만 십중팔구는 관선 교육감 추천때의 재판이 될 공산이 크다.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현행 제도는 현직 초·중등 교장들이 퇴직 부담없이 교육감에 뽑힐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게 큰 장점이다. 진짜 교육감이 될만한 인사를 영입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찌됐건 교육의 수장을 뽑는 방식은 정치판과는 달리 선출방식과 절차가 보다 교육적인 것이어야 한다. 너무 서둘지 말고 현행제도로 나머지 9개 시·도 교육감을 선출해보면서 개선방안을 마련해도 된다. 바꾸고 뜯어고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다보면 지방교육자치만 흠이 나고 시행착오만 거듭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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