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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의 마음/임철순 사회부차장(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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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의 마음/임철순 사회부차장(기자의 눈)

입력
199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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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 끝났다. 손님들은 이제 돌아가야 한다.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제1차 민속절행사는 8월31일부터 시작돼 숱한 이야기거리를 남기고 3일 폐막됐다.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8·24 한중수교를 맞은 동포들은 최대의 잔칫날이 더욱 경사스럽게 됐다고 즐거워했고 멀리 브라질에서까지 찾아온 겨레를 정성껏 대접했다.

한국손님들에 대한 환대는 더욱 각별했다. 그들은 한국인들이 예절이 바르며 문명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대부분의 한국인 여행자들이 심어준 인상은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 바퀴달린 가방을 굴리며 반바지 차림으로 잔뜩 나온 배에 돈주머니를 차고 나타난 한국인들은 오만과 과소비를 보여주었고 향락을 가르쳤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중 일부는 자신이 한국내에서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거물인 것처럼 행세하며 연변의 발전을 위해 무소불위의 일을 해줄 수 있는 것처럼 허풍을 떨기도 했다.

연변사람들은 한국인들에 대해 더 겸손해질 것과 중국 조선족을 존중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사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이 이런 요구를 해왔다. 한글이 서투른 농부는 「부분 한국인 부수신용」이라고 꼬집었고 호텔의 한 여성복무원은 『어째서 한국 남자들은 중국에 와서 예쁜 아가씨들만 보면 오금을 못 쓰느냐』고 반문했다.

중국서도 손가락 꼽는 소비도시로 기형성장해가고 있는 연길엔 이미 칸막이 가라오케가 성업중이며 비밀요정도 있다. 개방바람을 타고 들어간 한국인의 향락욕구가 만들어낸 것들이다.

연변사람들은 한국인들에 의해 닳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서 점차 귀찮은 존재가 돼가는 것처럼 한국인들도 점차 반갑지 않은 손님이 돼가고 있다.

올 여름에도 1만3천여명이 연변을 다녀왔다.

이들 여행자 모두는 자신의 여행 행각을 진지하게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순박하고 인심좋은 겨레의 땅 연변을 오염시키고 연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그곳에 가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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