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해결땐 급진전 가능성 높아/총리회담 앞서 “분위기조성”도남북한 정부가 2일 실무연락관 접촉을 통해 남포합작사업 추진을 위한 타당성 조사단을 파견키로 구체적 일정을 확정함에 따라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남북경협에 일단 활로가 트이게 됐다.
이날 남포조사단 파견일정 합의에 대해 관계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남북경협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예비단계의 서막』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조사단 파견합의가 한중수교이후에 이뤄졌고 남북 양측정부가 경협확대의 당위성,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핵사찰문제 등 정치·군사적 걸림돌이 해소되기만 하면 향후 남북경협은 남포조사단을 계기로 급속도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판문점 회담에서 남북 양측이 남포조사단의 성격이나 규모 등 본안을 제쳐놓고 「파견일정」에 관해 부랴부랴 합의한데는 남북경협 문제를 더이상 지지부진 끄는 것이 양측 정부에 결코 이로울 것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대내외 정세 및 국내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경협을 하루빨리 정상화시켜야겠다는 기존입장의 틀에서 남포조사단의 조속한 방북을 쌍수를 들고 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측은 남포조사단을 지난 1월 김일성주석과 김 대우그룹 회장의 합의대로 대우그룹 자체조사단 성격으로 제한하자고 고집,우리 정부와 상충된 주장을 펴면서도 이날 「일정」에 관해 우선적으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다급한 입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측으로서도 남포조사단의 성격문제라는 지엽적 사안에 집착하다가 자칫 전반적인 대북관계에 큰 흠집을 낼 수도 있다는 대승적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남포조사단 문제가 실기할 경우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주도적인 세력으로 등장해야할 북한내 개혁파들을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뜨리게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남포조사단 문제가 성사돼야 오는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8차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부속합의서 핵문제 이산가족문제 등 남북간 현안들도 순조롭게 타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정치·군사·사회 현안들을 타결하기 위한 사전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남포조사단 파견을 이를위한 선결과제로 보고 있는게 우리 정부의 기본시각이다.
이와 함께 대북경협을 통한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도 남포조사단 파견을 조속히 실행해야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특히 최근들어 미국 일본 등의 대기업들이 북한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자국 정부에까지 압력을 넣고 있어 우리가 북한진출을 늦출 경우 외국기업들에게 기득권을 놓친다는 우려감도 정부내에서 팽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대내외 사정 및 남북한 자체의 경제문제 등이 양측의 본격적인 경협 활성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이날 남북 양측이 남포조사단의 성격·규모 등 핵심사안에 관해 여전히 상충된 견해를 보이면서도 「하여튼 가고 보자」는 식으로 일정에 합의한 배경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남북한 정부간의 이날 조사단 파견합의에 대해 국내 대기업 등 재계는 일단 환영하는 표정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우그룹의 독자적인 조사단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기업들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남포 합작공단의 기득권은 대우에 빼앗기더라도 그동안 고대해왔던 남북경협 물꼬가 열리게 되는 만큼 앞으로 대북진출의 가능성이 보다 높아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기업들은 남포가 아니더라도 북한과 합작투자 등으로 손을 잡는 여지는 앞으로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다. 원산,청진 등 북한과 우리 정부가 함께 고려하고 있는 합작공단 설립 후보지가 한두곳이 아니며 남포공단도 현실적으로 대우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남포조사단 파견 합의사실이 전해지자 삼성,현대,럭키금성 등 대그룹들은 일제히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대북경협 시나리오의 구체화 실행방법 등에 관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한편 대우그룹은 이번 조사단이 그룹 자체의 실무조사단 성격이 될 가능성에 대비,지난 2월 수립했던 남포조사단 파견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우그룹은 이럴경우 당초 계획했던대로 티셔츠,블라우스,신발,가방 등 8개 품목에 걸쳐 화승·쌍방울·영풍 등 3∼4개의 중견 전문업체 대표들을 포함한 20명 내외의 조사단을 파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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