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7개국 「탈냉전 후유증」 앓아/경제위기·정치 불신에 “집단적 우울증세”/부시·미테랑등 지지율 급락 “불안한 입지”불과 3년전 베를린 장벽의 붕괴후 찾아온 자본주의 세력의 빛나는 승리와 이에 따른 도취감은 급속히 환멸과 좌절감으로 대체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역사적 대전환기를 주도했던 서방 7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국내 유권자들의 외면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외치에서 거둔 혁혁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에 따른 국민들의 반발을 다스릴 방도가 없어 11월 선거를 앞두고 어려운 처지에 처해있다.
가장 최근 실시된 CBS방송과 뉴욕 타임스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전당대회이후 잠시 상승세를 타던 부시의 인기는 다시금 냉각되기 시작,도전자인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51대 36의 열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부시만이 아니다.
불황의 덫에 걸린 브라이언 멀로니 캐나다 수상의 지지도 역시 올해초 11%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그의 지지율은 약간 상승했지만 여전히 21%라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재임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프랑스 사회당 정권을 이끌어온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도 프랑스를 이등국으로 전락시켰다는 유권자들의 불만에 부딪쳐 56%에 달하던 지지도가 26%로 낮아졌고 독일 통일의 주역인 헬무트 콜 독일 수상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당시 기록한 68%의 인기를 「통일 후유증」에 앗긴채 현재는 27%의 지지에 만족하고 있을 뿐이다. 콜 수상의 인기를 침식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옛 동독의 경제적 회생을 위해 더이상 부담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는 서독인들의 반발이다.
연이은 자민당 수뇌부의 수뢰사건으로 곤욕을 치러야했던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수상의 지지율도 지난해 취임직후 기록했던 56%에서 22%까지 내려갔다. 일본인들의 반발은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도덕적 신뢰성에 대한 의문 및 국부와 개인 생활수준 사이의 격차에 기인한다.
얼마전 실시된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권좌를 지켜낸 존 메이저 영국 수상도 마거릿 대처로부터 정권을 인수했을때 따놓은 63%의 지지를 지키지 못하고 현재 50%선에서 턱걸이 하는 실정이다.
결국 G7으로 알려진 서방 7개부국 지도자들중 최소한 6명이 정치적으로 불안한 입지에 처해있다는 얘기다.
간추려 말한다면 현재 서방 7개국이 집단적으로 앓고 있는 우울증은 경제난국 및 탈냉전 후유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이 빠진 우울증의 직접적 병인으로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경제불황을 들 수 있겠지만,유권자들이 정부를 더이상 문제해결의 주체로 보기보다 문제의 일부로 바라보는 인식이 우울증의 정도를 깊게 만들고 있다.
이외에 캐나다를 제외한 유럽부국들의 가장 큰 문제는 통독후 하나의 유럽을 향해 가는 도정에서 야기된 국민들의 환멸감을 꼽을 수 있다.
1천7백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구의 경제난민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매년 1천억달러씩 소요되는 동구권 재건비용을 어떤 식으로 염출해야 하는지,민족과 종교를 따라 분열조짐을 보이는 가난한 이웃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를 놓고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유럽 통합을 소리높이 외치던 경제대국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