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서부경찰서 형사계 보호실에서 고개를 떨구고 앉은 심승호씨(37·중국 흑용강성 임해시 거주)는 얼마전 까지만해도 중국교포사회의 존경받는 「스승」 이었다.동료교포의 돈 4백여만원을 훔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심씨는 불과 10개월여만에 국민학교 교장선생님에서 공장잡역부를 거쳐 급기야 죄인으로 까지 전락해 버린 기막힌 인생유전을 한탄하고 있었다.
해방직전 만주로 건너간 경남 진주출신의 부모를 둔 심씨는 교육학원(전문대)을 마친 77년 교단에 서기 시작,88년부터 흑룡강소학교 교장으로 근무해왔다. 교육열이 높은 교포사회에서 교직은 남부러울바 없었다.
그러나 3개월의 휴가를 내고 지난해 12월 모국에 온뒤 심씨의 삶은 급변했다.
단순한 관광목적의 방문이었지만 거대한 소비도시 서울은 심씨의 의식에 일대 혼란을 주었다. 최근 월 70∼80만원을 버는 일자리를 쉽게 구할수 있는 것을 알고는 한화로 3만원 가량의 봉급을 받아온 자신의 처지가 초라해질수 밖에 없었다.
결국 교육자의 길을 미련없이 내던진 심씨는 서울 변두리 미싱·용접공장 등에서 잡역부 일을 하며 생활비와 용돈을 제외하고도 월 30만∼40만원을 송금하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돈버는 맛은 곧 돈쓰는 재미로 연결돼 자신의 불법체류사실도 잊은채 노래방,스탠드바에서 흥청거렸다. 최근 3개월동안은 아예 일도 팽개치고 모아둔 돈으로 유흥가를 드나들었다.
돈이 떨어진 심씨는 오는 11일 귀국을 앞두고 쉽게 「한탕」을 저지를 만큼 돈맛에 중독돼 버렸다. 경찰에 붙잡힌 뒤에야 비로소 미망에서 깨어난 심씨는 모국과 고향 모두를 잃은 자신의 실수를 거듭 후회했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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