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열차를 타는 것 같다. 주가가 급락에 이어 급반등이다. 반등이 더 가파르다.정부의 8·24 증시부양 종합대책이 발표된 이후 주가가 연일 거의 수직상승으로 치솟았다. 주가가 한 주기의 정점에서 하락할 때나 반대로 최저점에서 반등할 때는 강하나 상승의 곡선이 매우 가파르다. 소위 「개미군단」이라는 일반 투자자들은 어느 경우든 첫 기회포착이 불가능하다.
하락할 때는 즉각 주저없이 팔아 치워야 하는데 살 사람이 없어 계속 하한가로 내려가므로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하락세가 멈칫하는 1차 조정시기에 정리하면 그래도 손실을 줄일 수 있는데 손해가 아까워 주저하다가 기회를 영 놓치고 실망,좌절,분노,회한속에 증시를 떠난다. 자기돈으로 투자한 사람은 그래도 낫다. 빚까지 동원,일확천금의 꿈을 꿨던 사람은 잘못하면 패가의 영락까지 갈 수 있다. 대반등할 때도 첫 상승기에는 팔려는 사람이 거의 없이 연일 상한가로서 뛰기 때문에 물량잡기가 극히 어렵다.
이번 반등의 특징은 주식거래량이 평일의 약 3배인 1일 3천만주선을 기록하면서 주가의 급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자는 힘이 강하다고 하겠다. 종합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31일 5백62.80으로 지난달 21일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불과 8일(개장일수 기준)만에 1백3.73포인트,22.6%가 치솟았다. 31일의 주가상승률 4.37%는 올들어 가장 높은 것이다. 이날은 상한가에 주식을 사려해도 팔려는 물량이 달려 미처 사지 못했다. 매수물량이 6천만주였으나 매도물량은 3천5백만주에 그쳐 매수잔량이 2천5백만주나 됐다.
이날 거래가 형성된 8백90개 종목 가운데 8백52개 종목이 올랐고 이중 7백14개 종목이 상한가,역시 올해들어 상한가 최다의 기록을 세웠다. 돈이 주가를 무조건 밀어 올린다는 소위 금융장세의 양상까지 띤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1일에는 전날보다 약간 하락,예상대로 주가지수 5백60대선에서 처음으로 조정됐다.
이번 주가반등의 기폭제는 말할 필요도 없이 8·24 증시부양조치. 증시가 바닥권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데다가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증시부양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실제로 은행·보험·투신·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행동화함에 따라 주가가 이륙하게 되고 이어 일반투자자와 중간투자자들이 가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큰손들도 개입을 시작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증시의 「탄환」이라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의 급증이 이를 반영한다. 지난 24일 1조1천3백억원에서 29일 1조4천3백억원으로 불과 6일 사이에 3천억원이 늘었다.
그런데 지난해 한때 증시가 활황을 보였던 7∼8월의 일일 유입액 2천억 3천억원에 비하면 놀라울 것은 못된다는 것이다. 증시관계자들은 지난 10여일 사이에 뜨겁게 달아오른 현행의 증시를 『단기과열』이라고 하는데는 의견들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현 증시를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지금까지의 급락에 대한 반등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가가 오랫동안 낙폭이 컸다. 주가지수가 6백선으로 상승되면 그 선에 물량이 많이 집중돼있으므로 자연히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현재의 주가 반등을 너무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주가상승의 폭과 속도를 조절할 수단이 없고 또한 그럴 입장도 아니다』라며 『주가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제 증시는 긴 휴면끝에 상승국면을 맞이했다. 경제를 위해서나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증시의 건전한 부양이 요구된다. 안정기조의 현 경제정책이 정치에 의해 왜곡되어서도,또한 일반투자자들이 투기의 봉이 돼서도 안되겠다. 투자자들도 뇌동매매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업실적과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건실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이 자위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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