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 「준외교관계」 대표부 설치방침/대만,「민간사절단」 성격 문제삼아 거부한중수교로 공식 외교관계가 단절된 한국과 대만이 좀처럼 관계 재정립의 심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대만에 민간 특별사절단을 파견,한중수교의 불가피성을 설명한뒤 관계 재정립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만측에서 사절단의 성격 등을 문제삼아 이를 거부하고 있어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는 실정.
대만측은 한국이 신의를 저버린데 대해 충분히 사과의 뜻을 나타낼 수 있는 공식적 성격의 사절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측은 한대만 외교관계 단절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국가정책상 불가피한 것이었고 따라서 진사성 사절단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향후 대만과 관계는 가능한한 최고수준의 비공식관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가능한한 최고수준의 비공식관계」와 관련,영사기능과 일부 외교관 특전을 부여하는 대표부 교환설치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형식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 수교후 대만과 관계를 재정립하면서 채택한 방식으로 준외교관계에 해당한다.
외무부 당국자는 한대만과의 특수관계를 감안할 경우 이러한 사우디방식 이상의 관계도 가능하며 중국측도 어느정도 이같은 관계를 양해했다고 밝혔다.
우리측은 또 민간사절단의 단장도 전직 총리나 전직 국회의장급으로해 대만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리측의 제의에 대해 대만측은 아직 동의를 표시해오고 있지 않다. 대만측은 아직까지도 「옛 친구를 하루아침에 등진」 한국에 대한 배반감과 분노의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측은 한중수교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한국이 『한중간 관계에 변화가 있으면 이를 사전에 알려주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약속해놓고 기습적으로 한중수교를 단행했다는데 분노의 감정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 외무부는 이에 대해 대만과 상당히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즉 그동안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한중관계 진척상황을 외교관이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대만측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외무부는 그 구체적인 실례로 ▲지난해 10월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제1차 한중 외무장관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주한 대만대사관측에 통보했고 ▲지난해 11월 서울 아태경제협력(APEC) 각료회의때의 제2차 한중 외무장관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과 전기침 외교부장의 노태우대통령 예방시 언급내용을 대만측에 알려준 사실을 들고 있다. 또 지난 4월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 북경 총회때의 제3차 한중 외무장관 회담시 양국 외무장관이 「양국관계 정상화가 바람직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상호 노력하기로 합의」한 내용도 대만측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외무부 관계자들은 이상옥장관이 역대 어느 외무부장관 보다도 주한 대만대사를 빈번히 만났음을 지적,사전 통보를 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대만측 반발은 무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이상옥 외무부장관이 지난 5월20일 도산아카데미 조찬세미나에 참석,『제반상황을 감안할 때 한중수교는 머지않은 장래에 가능하다』고 언급했으며 6월8일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강을 통해 『한중수교를 하게 될 경우 한국과 대만과의 관계조성은 불가피하다』고 말한 사실 등이 내외신을 통해 보도된 것으로도 대만이 한국과 중국의 수교 진척상황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외무부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수교교섭 상황을 대만측에 즉각 알려주지 못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 나라가 진행중인 외국과의 중요한 교섭사항을 상세하게 다른 나라에 알려주는 것은 유례가 없으며 한중수교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할 때 그 정도까지 알려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외무부는 이와 관련,미국이 78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수교발표 수시간전에 대만에 통보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 외무부측은 지난달 18일 보안을 전제로 한중수교 합의사실을 대만에 통보했을 때 대만측이 입법원 의원들을 통해 이를 언론에 흘리면서 한국이 수교대가로 20억달러의 경협자금을 중국에 제공키로 했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린데 이어 최근 대만을 방문한 이기택대표 등 민주당 대표 일행에게도 전복 외교부장이 한중수교 교섭과정에서 50억달러 경협제의가 있었다고 말한 것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는 한중수교의 의미를 깍아내리려는 악의에 찬 중상모략이라는 것이다.
외무부 관계자들은 이처럼 대만측이 사실을 과장해 가면서까지 한국에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대국민용 제스처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도 이제 감정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양측의 바람직한 관계 재정립을 위한 교섭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것이 한대만간 우정을 기억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이다.<이계성기자>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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