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새 경제기획원 한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우리 경제의 총량거시지표를 관장하는 관계자들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한은 추계결과 올 2·4분기중 GNP(국민총생산) 성장률이 뜻밖에도 6.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분기별 성장률이 6%에 머문 것이 일단 간단한 일은 아니다. 지난 몇년간 툭하면 두자리수,못돼야 8∼9% 고성장에 익숙해진 터라 6% 저성장은 마치 우등생이 낙제점을 받은 것만큼 충격적이다.
우리경제는 지난 89년 3·4분기때 6.0% 성장을 기록한 적이 있다. 당시 정치권이나 재계는 86∼88년 연속 3년간의 두자리수 성장에 도취돼 이를 「총체적 위기」로 규정,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을 바꾸고 금융실명제를 유보하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따라서 가뜩이나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압력,내수경기침체에 따른 재계의 불만 등 현행 경제안정기조를 위협하는 각종 도전에 전전긍긍해온 당국으로선 6% 저성장에 표정이 굳어진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금융긴축 내수진정 등 인기없는 정책에 잔뜩 볼이 부어있던 사람들이 볼 때 이것이야말로 급격한 경기침체를 반증,경기부양책이 절실함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기세를 올리게 됐기 때문이다.
기획원 한은 KDI 관계자들이 지난 며칠동안 행여 천기가 누설될까 쉬쉬하며 밤낮없이 구수회의를 거듭,몇가지 변명조의 결론을 이끌어냈음은 물론이다.
이런 일련의 호들갑을 지켜보노라니 문득 지난 6월초 최각규부총리가 유럽순방중 겪은 해프닝이 생각났다.
최 부총리가 『인플레 압력을 덜기위해 성장률을 7%로 다소 낮출 방침』이라고 말하자 대부분 유럽국가의 고위 경제관계자들은 『7%가 얼마나 고성장인데 엄살도 심하다』는 반응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기획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곤혹을 느낀 배경이 혹시라도 경제안정에 대한 소신이 굳지 못해 정치권 압력 등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이라면 매우 안타깝다.
『물가와 국제수지 개선을 위해 성장을 감속한다는 것이 당초 계획인데 6%가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한 실무자의 불평이 훨씬 당당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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