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등 어렵지만 배움은 즐거워”/65세 한글반 입학 4년만에 영광68세의 할아버지가 고입·대입검정고시에 연달아 합격했다.
지난 5월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한 이근복씨(서울 마포구 아현2동 342)가 4개월 만인 31일 서울시 교육청이 발표한 대입검정고시에서도 최고령으로 합격,노익장을 과시했다.
65세이던 89년에 한글을 처음 깨친 이씨는 4년만에 고졸자격을 따냄으로써 대학생이 된다는 희망에 가슴부풀어 있다.
이씨는 93학년도 대학입시때 농업계 전문대학에 들어가 만학의 꿈을 펴기위해 손자뻘되는 학생들과 수험준비에 여념이 없다.
아직도 생계를위해 새벽 5시부터 서울 중앙시장에서 쌀가마를 나르고있는 이씨는 밤에는 학원에 나가 한문제라도 더 풀기위해 안간힘을 쏟고있다.
1924년 경기 강화에서 소작농의 7남매중 둘째로 태어난 이씨는 철이 들면서 남의집 머슴생활을 하다 44년 징용으로 끌려가 일본 후쿠오카 탄광에서 막장일을 하기도 했다.
해방직후 귀국한 이씨는 부인 나귀랑씨(60)와 결혼한 후에도 막노동 지게벌이 행상 등의 힘든 일을 하며 아들 4형제를 키웠다.
이씨는 『글을 몰라 겪는 생활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뒤늦게나마 덜기위해 89년 9월 검정고시학원인 고려학원 한글반에 들어갔다.
한글을 깨치는 재미로 공부하며 국민학교 과정을 이수한 이씨는 91년 5월 중입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마침내 고졸자격도 따냈다.
이씨는 지난 4년동안 하루도 빼지않고 4시간만 자면서 공부하고 있다.
이씨는 『영어·수학이 어려워 수첩에 영어단어와 수학공식을 적어 틈틈이 외우지만 기억력이 좋지않아 쉽게 잊곤 한다』면서도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사실이 즐겁다』며 웃었다.
이씨는 『최근 군에서 제대한 막내아들 재호군(24)과 함께 대입준비를 하고있다』며 『일단 전문대학에서 농업을 배운뒤 건강만 허락하면 4년제 대학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검정고시에서 고입자격 최고 득점은 9백점 만점을 받은 이화자씨(32·여),최고령자는 61세의 김해수할머니(61·7백35점) 등이 차지했고 대입부문은 이철희군(18)이 최고득점의 영예를 안았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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