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평균노동시간은 1백년전 사람들보다 절반정도로 줄었다. 오늘날 우리는 옛 사람들이 꿈꾼 것보다 많은 자유시간을 누린다. 그래서 과연 무엇이 이뤄졌는가」 독일태생의 사회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준엄한 물음을 던졌다. ◆현대사회를 대하는 그의 의문은 개탄으로 이어진다. 「유럽에 있는 가장 민주주의적이고 평화스럽고 번영하는 나라들과 세계에서 물질적으로 가장 풍성한 나라인 미국에서 제일 심한 정신장애를 나타낸다. 유럽사회에서 사회발전의 목적은 물질의 안락한 삶,비교적 평등한 부의 나눔,안정된 민주주의와 평화인데,이런 목표에 접근한 나라들이 바로 정신적으로 불균형한 징후를 보인다니…」 이런 개탄과 더불어 진단이 내려진다. 「풍족한 생활은 필요한 것을 만족시켜주는 반면,권태감을 남겼다」 ◆1950년대의 구미사회를 바라본 에리히 프롬의 의문과 개탄과 진단은 오늘의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바가 있다. 근대화·산업화라는 고속의 행진이 어느날 갑자기 급정거를 한 형상이다. 과속이 안되겠다고 느꼈으면 다소 감속을 하면 될 것인데 그게 아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거리에 질펀히 나 앉아 고스톱이나 즐기려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무질서의 범람이 그 단적 실례다. ◆교통에서 행락에 이르기까지 길에 나서면 무질서 일색이다. 겨우 먹고 살만하니까 권태감을 느끼고 시작한 것일까. 여기저기서 제멋대로가 일쑤다. 윤화왕국에서 쓰레기,폭력,사기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극성을 부린다. 이중에서도 골칫거리가 교통사고와 환경오염이다. 이런 문제는 타율보다는 자율이 우선해야 마땅하다. ◆산에서의 취사금지라는 타율의 규제로 한동안 산이 깨끗해졌다 싶었더니,요즘와서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고 한다. 조용하고 깨끗해진 계곡은 음식 찌꺼기와 가무의 소음으로 어지럽혀진다는 것이니,이래서 될 일인가. 이것도 정권말기의 탓으로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 환경정화는 정신건강과 병행해야 실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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