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거 공방의 여파가 정치는 물론이고 사법부에 마저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장선거 헌법소원처리를 싸고 헌법재판소가 내부갈등을 일으키고 있고 심리지연에 불만을 품은 재판관의 사퇴설마저 한때 유포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정치무능·협상부재속에서 장선거문제가 개소 4주년을 앞둔 헌재에마저 정치적 독립의 시험대라는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는 현실이 우선 안타깝다. 오늘날 정치가 온갖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국민적 질책이 높은게 사실인데 그처럼 미운털이 박힌 정치의 눈치를 사법부에서마저 보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현실에 무엇인가를 묻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이중성과 불필요한 눈치보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 분야가 맡은 영역에서 전문성과 책임의식에 따라 소신껏 판단하고 독립해 일해 나가는게 첩경이다. 그게 바로 삼권분립을 낳은 민주체제의 기본정신이 아닌가. 오히려 헌재와 같이 헌법수호·기본권보장·권력남용 통제의 막중한 기능을 소임으로 하는 기관일수록 그 본보기를 앞장서서 보이는게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헌재는 스스로의 무거운 책임과 위상을 자각,장선거관련 헌법소원이라는 4건의 동일내용에 대해 주심을 분리해 심리를 지연시킨다는 질책이나 재판관들에 대힌 직무유기혐의 고발태세 앞에서 깊이 반성하는바 있어야 할 것이다.
소원심사나 재판은 재판관 고유의 권한으로 법과 양심에 따라 진행하면 그만이다. 외부에서 간섭할 일도 못된다. 그리고 장선거 연기의 헌법소원 대상 여부,위헌·합헌여부,심리진행의 완급 등 문제로 헌재가 내부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사정을 짐작못할바도 아니다. 또 헌재의 이번 결정이 현실적으로 첨예한 정치적 대립과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는 것 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정이 이럴수록 헌재와 같이 국민편에 서는 권위있는 기관의 결단이 오히려 더욱 절실하고 무게가 실린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 한가지 지적할게 있다. 과거 여야협상으로 지자제법을 제정한 결과로 장선거를 지난 6월말로 끝내게 되어있는게 법의 명문규정이다 . 살아있는 이 조항과 대통령 연기조치의 관계를 놓고 통치행위여서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과 분명한 위헌이라는 주장이 맞서있는게 혼란과 눈치보기의 진원인데,오히려 문제를 단순화시켜 결과적으로 법이 지켜지고 있나 없나로 관점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 그래서 법이 안지켜지고 있는게 분명하다면 위헌여부 결정을 눈치보며 미뤄서 얻을게 무엇인지도 묻고싶다. 정치가 질 짐을 나누어 지려할 필요가 있겠는가.
헌재는 발족 4년에 많은 업적을 남겼으면서도 정치·시국사건에서의 눈치보기와 한정판결 남발 등의 지적을 받아온게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이번 결정이야말로 헌재위상을 가름하는 시금석과 같다. 제몫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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