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소멸로 내수위축·금융부실 심화/흑자확대 비난 서방국 의식도【동경=이상호특파원】 일본정부는 28일 10조7천억엔에 이르는 사상 최대규모의 경기부양종합대책을 발표했다.
8조6천억엔의 공공부문 추가투자 등을 통한 내수확대와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해소를 중심으로한 금융체계 안정대책,공공부문자금을 동원한 주식운영 확대 등 증권시장 활성화 대책 등이 그 주요내용이다.
이는 주가 및 지가의 급락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이 실물경제의 발목을 붙잡는 악순환을 방지하자는 것으로,금융·주식시장의 불안심리를 일소해 혼미상태의 경기를 되살리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일본정부는 이번 조치가 앞으로 1년간 명목경제성장률을 2.4% 높이는 효과를 가져와 올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궤도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87년 5월 엔고불황때 6조엔에 달했던 종합경기대책을 크게 뛰어넘은 이번 조치는 일본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안팎의 위기감에서 나온 것.
이번 대책의 기초는 미야자와(궁택희일) 총리가 선진국 정상회의(뮌헨 G7회의)에 출발하기 직전인 지난 6월말 자민당에서 마련했던 긴급종합경제정책 기본안이다.
이 안은 6조∼7조엔 규모였다.
G7정상회담과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측은 경기악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대장성을 중심으로한 정부측은 『경기가 그 정도 나쁘지는 않다』 『거품경제의 휴유증이 치유되고 있는 과정』이라며 반론을 폈다.
그러나 거품경제 붕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은 금융기관의 경영불안,주식시장 침체와 함께 실물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증권회사인 노무라(야촌)증권이 전후 처음 적자를 냈으며 닛산(일산)자동차도 51년 상장이후 최초로 경상손익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일부 가전·자동차업체는 조업중단,인원삭감 등을 발표했으며 백화점 등의 매출액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같이 악화되자 대장성 등 정부측도 마침내 사태의 심각과 위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과거 일본의 불화은 주로 석유위기,엔고 등 외부요인 때문이어서 공공사업 추가,소비확대를 위한 소득세 경감 등 전통적인 수단으로 대응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이번은 토지 등 불량채권으로 인한 금융기관 경영악화와 자금조달기능이 사실상 중지되는 지경의 주가하락 등 내부요인이 실물경제를 뒤흔드는 복합요인의 불황이다.
정부의 상황판단 잘못으로 이번 대책은 「너무 늦게,너무 많이」의 결과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즉 실물경제는 과거의 불황에 비하면 아주 괜찮은 편이지만 하반기의 경제성장을 높여 수급의 갭을 메우기위해 규모를 크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항상 「더 많이」 요구하기 마련인 경제계도 10조엔을 넘을 것으로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외부로부터의 압력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않은 가운데 유독 일본만은 흑자줄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일본 국내경기가 활성화되고 내수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것이 우선 심각한 무역역조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은 일본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일본 정계의 실력자 가네마루(김환신) 자민당 전 부총재는 지난 6월 부시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올 3.5%의 경제성장 달성을 약속했으며 미야자와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이러한 「국제공약」을 지킨다는 의미도 된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지가억제」 「재정재건」이라는 일본 정부의 기본방침을 수정하는 것이어서 거품경제와 인플레의 재연을 우려하는 소리도 나오고있다.
이와함께 토지매매 과정에서 「정치자금」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일부 우려도 있다. 한편 이번 조치를 환영하듯 일본증시는 28일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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