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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징용 한인 참장/일 고교생들이 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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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징용 한인 참장/일 고교생들이 고발전

입력
199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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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야북고,「요시미햐쿠아나 지하공장」 실태전/10년 조사끝 땅굴현장서 개최/사진전·위령제… 절망감 생생히/「아들은 징용·딸은 정신대」 그린 단막극도【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의 고교생들이 태평양전쟁말기 일제의 군사시설 지하화사업에 강제 동원됐던 한국인들의 참상을 고발하는 이색전시회를 열었다.

「어둠속의 절규를 들으라­요시미햐쿠아나(길견백용) 지하 군수공장의 실태」라는 이름의 패널전 장소는 한국인 강제노동자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땅굴속이었다.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동안 동경 북쪽 50㎞ 사이타마(기옥)현 요시미(길견)정에서 열린 전시회 마지막날에는 일본 전국각지의 수십개 지하시설공사장에서 희생된 한국인 사망자들의 위령제도 열렸다.

전시회를 마련한 학생들은 사이타마현 오미야(대궁) 북고교 아시아문화연구회와 조선문화연구회 소속 학생 40여명. 이웃 나메가와(골천) 고교 향토부,우라와(포화) 공고 부락 해방연구회 학생들과 함께 10년동안 땀흘린 지하시설 실태 조사활동의 결산이었다.

학생들은 요시미 햐쿠아나 땅굴 건설의 목적과 경위 등을 검은패널에 자세히 기록하고 땅굴 내부사진과 전국의 지하시설현황표 등을 만들어 전시하면서 참관자들에게 일일이 설명했다.

마쓰무라 나오시(송촌직)라는 고교 1년생은 『왜 그많은 한국인들이 그토록 고생을 해야 했는지 이 조사활동을 통해 알게됐다』고 말했다.

참관자들은 땅굴 막장에서 학생들이 발견한 「사람새상」이란 한글낙서의 사진을 보고는 한결같이 혀를 찼다. 카바이트등불을 그을음으로 벽면에 쓴 이 한글낙서는 참담한 노동생활을 한탄한것으로,학생들은 「뭐하는 세상이냐」는 의미라고 사진옆에 그뜻을 풀이해 전시했다. 이 사진 옆에는 당시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녹슨 주전자,침목 등도 함께 전시돼있었다.

이 땅굴은 1945년 2월 일제가 전투기 엔진공장에 대한 폭격을 피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3천5백여명의 한국인들이 강제 동원됐었다. 야트막한 점토질 암산 밑에 뚫은 땅굴의 총 연장은 7천m,연면적은 1만6천5백㎡나 된다. 전시장에 나온 당시의 노동자 노유현씨(74·동송산시 거주)는 『희생자는 없었지만 하루 3∼4교대 밤낮으로 돌관작업을 했으며,갱내 발과작업 등 위험한 일은 모두 한국인에게 맡겨졌었다』고 증언했다.

3개학교 학생들이 지난 10년동안 조사한 결과 사이타마현 히키(비기)군 내에만 각종 지하 군수공장과 지하호 등이 18개나 건설되었다. 이중 지하 군수공장 6개는 모두 한국인들의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졌으며,지하호중 4개 시설에도 한국인이 동원 됐음이 확인됐다.

한편 지난 21일 하오 5시 땅굴속 십자로광장에서 열린 한국인 희생자 위령제에서는 일본학생들이 강제연행을 주제로한 단만극을 공연,2백여 참관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두 일본인 학생이 한국으로 강제연행자 가족을 찾아가 선대들의 죄과를 사과하는 내용의 이 단막극은 맏아들이 징용당하고 딸은 정신대로 끌려간 어머니의 슬픔을 묘사한것.

동굴 안쪽 깊숙한 곳에서 『어머니 보고 싶어요』하고 절규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효과음으로 연출한 이 극의 끝머리에서 두 일본학생은 『다시는 일본이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작은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위령제는 참관자 전원이 촛불을 들고 한국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재일동포 무용가 박정자씨(45)의 살풀이춤과,박정자무용단 소속 사물놀이패의 공연이 이역땅에서 숨진 동포들의 원혼을 위무했다. 다시는 「사람새상」이라는 한탄이 일본땅 어두운 땅굴속에 새겨지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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