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미지」 구축 성공/고어/자질미숙… 회의론 증폭/퀘일/부시 악전고투속 「퀘일 약점」 더 큰 악재【뉴욕=김수종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올해 처럼 부통령 후보가 관심을 일으킨 예는 매우 드물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가 뉴욕전당 대회를 통해 초반기세를 올리고 여론조사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을 압도하는 이유중 하나는 대담한 부통령 후보선정 덕택이다.
클린턴 진영은 댄 퀘일 부통령에 대한 회의적 여론을 역이용,부통령 선정의 타이밍과 인물선정을 전당대회 전략의 핵심으로 생각했다. 전당대회를 불과 2,3일 앞두고 앨 고어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발표,전당대회를 클린턴고어팀의 출범파티장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고어가 선정됐을때 당내에서는 균형을 잃은 부통령 후보라고 비난하는 소리가 잠시 있었다. 민주당 지지세력인 흑인사회에서는 그들을 대변하는 사람이 선정되지 않은데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러닝메이트 선정의 전통적 기준인 지역안배를 무시한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도 높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전당대회후 전국순회 버스캠페인에 나서면서 40대의 젊은 팀웍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부시 대통령에게 오히려 짐이 되고 있는 퀘일과 대조적으로 고어는 클린턴의 날개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클린턴은 고어를 선정하면서 『부통령을 상원의장이나 하는 존재로 그냥 두지않겠다』고 강조,백악관을 차지할 경우 클린턴고어팀이 무엇인가를 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감을 주는 한편 댄 퀘일의 무능력을 은근히 부각시켰다.
올해 선거에서 부통령후보가 특별한 관심을 끌게된 원인은 부시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퀘일 부통령의 정치적 미숙성에 기인한다. 퀘일 부통령에 대한 회의론인 88년 공화당 대회에서 부시에 의해 부통령 후보로 선정되었을때부터 제기됐다. 미 국민들에겐,당시 인디애나주 출신 상원의원이긴 했으나 41세로 너무 젊은데다가 경험이 부족한 풋내기 정치인인 퀘일이 대통령 승계자로서 믿음직스럽지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이 올해 1월 일본방문중 쓰러졌을때 미국언론의 시선은 다시 퀘일 부통령에게 총집중되었다. 퀘일이 부통령으로서 3년을 재직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부시 대통령에게 무슨일이 일어났을때 대통령으로서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이끌어 나갈 지도력이 있느냐는 것이 여론의 지적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퀘일 부통령은 연설이나 선거운동에서 실수를 연발했고 심야 코미디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환경보호론자로서의 이론무장을 한 앨 고어나 공화당 보수파의 대변자인 댄 퀘일이나 나름대로의 정치적 배경은 있다. 그러나 비슷한 나이의 후보이면서도 고어는 하이테크(최첨단) 후보의 인상을 심는데 성공했다.
미국의 부통령은 공식적으로 상원의장의 역할을 제외하고는 아무 권한도 없다. 그것도 상원표결에서 가부동수일때 결정권을 가질 뿐이다. 그래서 트루먼같은 사람은 프랭클린 루스벨트로부터 부통령 제의가 왔을때 화를 냈다.
이런 부통령 자리가 미국정치에 중요한 이유는 하루 아침에 대통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0년만 돌아봐도 루스벨트의 사망으로 트루먼이 대통령이 되어 2차대전과 전후처리 등 엄청난 직무를 수행했다. 또 린든 존슨은 케네디 암살로,제럴드 포드는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각각 하루 아침에 대통령을 승계받은 사람들이다. 때문에 미국인들은 부통령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부통령후보는 대통령후보자가 직접 선정하기 때문에 대통령후보의 균형감각을 재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또 부통령은 대통령이 되는 가장 확률높은 징검다리이다. 닉슨·험프리·먼데일·부시 등이 부통령을 하다 대통령후보가 된 경우이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를 분석한 일반적 이론에 의하면 아무리 훌륭한 부통령후보일지라도 취약한 대통령후보를 구제해주지 못한다.
반대로 강력한 대통령후보는 부통령후보가 아무리 나빠도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데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 듀카키스는 상원의 인망높은 로이드 벤슨을 부통령후보로 선정했으나 패배했으며,부시는 퀘일을 선정했으나 승리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부시는 강력한 후보로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퀘일의 약점은 부시에게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오는 9월부터 열리는 후보자 TV토론에서 부시클린턴대결은 물론 퀘일고어토론도 선거에서 적지않은 관심거리로 등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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