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자민당의 막후 실력자인 가네마루 신(김환신) 부총재가 사가와규빈(좌천위편) 수뢰사건에 관련되어 부총재직과 자민당 최대 파벌인 다케시타(죽하)파의 회장직까지 사임했다고 보도되었다. 「킹메이커」라는 별명을 지닌 가네마루의 돌연한 사임은 그가 가이후(해부준수) 전 총리와 미야자와(궁택희일) 현 정권을 탄생시키는데 결정적인 몫을 담당했을뿐 아니라 대북한 창구 노릇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나라를 이웃하고 있는 우리로서도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다. 가네마루의 퇴진은 미야자와 정권의 기반에 큰 타격을 주고,나아가 북한일본 국교정상화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일본정가는 물론 주변국에까지 충격을 전해주기에 이른 사가와규빈 사건은 일본적인 금권정치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유의 파벌정치로서 장기집권을 계속해오고 있는 일본 집권자민당의 금권구조는 이 파벌을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정치자금 조달을 파벌의 보스들에게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자민당 최대파별의 보스인 가네마루를 퇴진시키기에 이른 검은 거래는 지난 90년 총선거를 앞두고 사가와규빈의 와타나베(도변광강) 전 사장으로부터 받은 5억엔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일본의 금권정치가 빚어내고있는 권력형 비리의 악순환에 주목하는 동시에 이같은 정치비리를 날카롭게 척결하는 동경지검 특수부의 뛰어난 감시기능에 대해 경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정치의 자정능력은 바로 동경지검과 같은 살아있는 공권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한때 사가와규빈 수뢰사건의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나는것 같이 보였으나 동경지검 특수부는 자민당의 막후 최고 실력자인 가네마루에게까지 메스를 가한 끝에 결국 그로부터 정치자금 5억엔 수뢰의 자백을 받아냈다. 우리로서는 좀처럼 상상하기조차 힘든 결말이다. 동경지검 특수부가 힘없는 일본국민으로부터는 절대긴 신뢰와 사랑을 받고있는 권력자나 정치인으로부터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다나카(전중각영) 전 수상이 76년 구속기소된 곳이 다름아닌 동경지검 특수부였으며 미야자와(궁택희일) 현 총리가 89년 리쿠르트사건에 연루돼 대장상을 사임한 것도 동경지검 특수부의 수사때문이었다고 볼때 수서사건이나 최근의 정보사땅 사기사건 등의 수사결말을 돌이켜보는 우리의 감회는 착잡한데가 있다. 우리도 정치권력이 무서워 하고 국민이 사랑하는 검찰특수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또 일본정계가 사가와규빈 스캔들로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일본정치의 후진성과 함께 우리정치의 현주소는 어디쯤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정치자금 조달을 두고볼때 과연 우리는 일본 자민당의 금권정치 악순환을 손가락질 할 수가 있을 것인가.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여러모로 일본 정치구조를 닮고 있는 「우리의 금권정치」의 행방을 묻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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