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정치·부패 체질성 드러나/궁택정권 「받침돌」 빠져… 정국혼란/유일 친북한파… 대북관계 큰 영향【동경=이상호특파원】 가네마루 신(김환신) 일본 자민당 부총재의 사임은 일본 정계에 큰 충격과 긴장을 동시에 주고있다.
사가와규빈(좌천위편)으로부터 5억엔의 「정치헌금」을 받았음을 인정,사임함으로써 일본 금권정치 및 정경유착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가를 그대로 보여주었을뿐 아니라 전 총리들 및 현 각료들에게는 「헌금」이 전달됐다는 것이 확실시 됨에 따라 「사가와규빈 사건」은 「제2의 리쿠르트 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자민당내 최대파벌인 다케시타(죽하)파를 이끌며 국민의 60%이상 지지를 받고있던 가이후(해부준수) 전 총리를 퇴진시키고 미야자와(궁택희일) 정권을 발족시키는 등 「킹 메이저」「정권의 수호신」으로서 당과 내각에 절대적인 힘을 행사해 왔다.
지난 1월에는 미야자와 총리의 간곡한 요청으로 부총재에 취임,지도력이 의문시되던 미야자와 총리의 위신회복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야당과의 두터운 파이프를 충분히 활용,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 등 현안을 무난히 처리케 했다.
때문에 그의 사임은 미야자와 정권의 가장 큰 받침돌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해 PKO법 통과,일왕의 방중실현 등으로 안정기에 들어선 현 정권에 큰 타격을 주고있다.
이에따라 경기회복(자민당은 28일 10조엔이 넘는 전후 최대의 긴급 경제대책을 발표했다)과 정치개혁 등을 통해 내년 가을 총리 재선을 노리고 있는 미야자와로서는 전반적인 정국운영 방식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번 사임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일본 정계의 금권정치·부패체질의 구조가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으며 이는 정치권의 노력으로는 척결될 수 없다는 점을 폭로한데 있다.
가네마루 전 부총재가 「정치헌금」을 받았을 당시는 리쿠르트 사건으로 다케시타 총리가 퇴진한후 우노(우야종우) 및 가이후 내각이 「정치개혁」 「정치윤리의 확립」 등을 목청껏 외쳐 국민의 정치불신 해소에 주력하던때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자민당내 최대파벌의 회장이 「검은 돈」을 받았다데 일본 국민들은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또 가네마루 부총재가 기자회견을 자청,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가 현재 특수배임죄로 검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는 사가와규빈의 와타나베(도변광강) 전 사장이 사실을 털어놨기 때문이어서 정치권의 자정능력은 이미 상실됐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와함께 현재 일본을 움직이고 있는 전직 총리 및 현 각료 등 10여명도 이번 사가와규빈 사건에 관련되었다는 점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때문에 리쿠르트 사건 등을 파헤쳤던 동경지검 특수부의 「적발에의 의욕과 능력」이 과연 어디까지 미칠지에 정계 및 국민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가네마루 전 부총재는 사임이라는 카드로 선수를 처 사건확대를 미연에 방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정치불신이 극에 달한만큼 미야자와 정권은 정치자금 및 선거제도의 근본까지 포함한 본질적 정치개혁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어 정국은 앞으로 큰 파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네마루의 사임은 그가 자민당 수뇌부중 유일한 「친북한파」여서 일·북한 국교정상화 교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그는 지난 90년 자민당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사회당 및 북한 노동당 사이의 3당 공동선언을 주도해 일·북한 국교정상화 교섭에 직접 도화선 역할을 했다.
북한은 교착상태에 빠진 일·북한 교섭을 타개하기 위해 오는 9월 3당 선언 2주년을 맞아 북송 일본인 처의 귀향 및 북한측 주요인사의 방일 등으로 일본 국내의 분위기 조성에 나서기로 하고 그 핵심축을 가네마루로 정했었다.
하지만 이번 사임으로 북한측은 한중수교에 이어 또다시 큰 타격을 받아 일·북한 교섭이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북한이 가네마루 사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급격한 정책전환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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