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와 관련한 정부의 투박한 일처리 때문에 앞으로 전개될 한국과 대만간의 교섭에서 우리가 짊어져야 할 외교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정부는 한중수교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적어도 세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정상적인 수순을 밟아 대만을 다독거리지 못한게 첫번째 실수요,하나의 중국 및 조·중 우호조약의 인정에서 보듯이 중국의 페이스에 말려든게 두번째 잘못이다. 세번째 실수는 이런 잘못을 시인하지 않은채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는 당국의 자세다.
어차피 알려질 한중수교 사실을 두고 대만측을 속여 대만정부의 분노를 산 점은 외교의 미숙성을 보여준다. 비밀을 지키려면 끝까지 잘 묻어 두었어야 했고,일단 새어나간게 밝혀졌으면 그대로 확인해 주었어야 했다.
중국 외교부의 대변인이 공식 기자회견 석상에서 「근거가 없다(Groundless)」고 잘라 말한 중국의 6·25 참전사과 여부에 대해서도 「비밀협상 과정에서 사과가 있었다」고 강변하지만 공식으로 사과하지 않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한중수교의 역사적 의미를 애써 깍아내릴 생각은 없다. 다만 김수기 전 주한 대만대사가 한 여권 인사의 말을 빌려 얘기했듯이 「공산당이나 하는 짓」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만들어낸 정부의 외교적 성과가 이같은 기술상의 실수때문에 반감되게 됐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대만정부측에게도 분명히 해둬야 할게 있다.
한중수교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가 대만의 탄성외교에 타격을 준건 사실이지만 국제정세의 냉엄한 현실을 가지고 한없이 왈가왈부해봤자 양국 모두에 이로울게 없다. 모두가 대만에 등을 돌리고 떠나던 그 시절에도 꾸준히 형제의 의를 지켜가며 등을 두드려준 나라가 한국말고 또 있던가.
대만정부는 이제 한국정부의 진무사절단을 아무런 조건없이 받아들여 새로운 관계설정을 위한 협상을 조속히 개시해야 한다. 대만 언론도 이제는 한국 두드리기를 그만 두고 새로운 양국관계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
올 겨울 입법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자국민의 반한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어려운 대만정부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내수용」으로 한·대만관계 단절을 이용해선 곤란하다. 김수기 전 주한 대만대사의 말을 다시 들려주고 싶다. 대만의 경우도 『정권은 짧지만 민족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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