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끝나 성역대접 불가” 8% 주장/기획원/“감군해도 지출 안준다” 12.5% 고수/국방부내년 예산편성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방위비 규모가 어느 수준이 적정선인지에 관해 새삼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경제기획원은 성장감속에 따른 세수증가 어려움과 사회간접시설 투자 등 전체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에 긴요한 사업비재원 부족을 들어 방위비 증가율이 한자리수를 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방부는 북한의 핵개발 위협 등 남북 긴장상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 병력유지와 군수품 조달,장비 현대화 등을 들어 최소한 올해 수준(12.5%)의 방위비 증액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예산당국이 지난달말 내년 예산편성 여건과 관련,국무회의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방위비는 인건비 동결을 전제로 유류가격 인상,환율 상승,한미 방위비분담 증액 합의분 등 자연증가만 따져도 확정소요가 올해보다 8% 늘어날 것으로 추계됐었다.
따라서 현재의 쟁점은 증가율로 볼때 기획원의 최저 8% 주장과 국방부의 12.5% 반론이 맞서 있는 상태로 압축할 수 있다. 올해 방위예산 규모가 8조7천4백억여원이니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3천5백억여원을 둘러싼 입씨름인 셈이다.
지금까지 예산편성 관행상 최종적인 국방비 증가율은 정기국회 개원 직전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낙점되곤 했다. 그렇지만 이번 적정방위비 논란은 단순히 몇천억원 재원다툼 이상의 복합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구 소련의 해체로 냉전체제가 와해되고 러시아·중국 등 종래 적성국가와 연이어 외교관계를 맺는 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급변하는 현실속에서 안보비용인 방위비도 과거처럼 군관계자나 국가 최고위층만이 말할 수 있는 「성역」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내년처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쓸 곳은 무수히 많고 여유재원은 한정된 상황에서 일반회계 전체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 국방비에 대해 당연히 줄일 구석이 없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이후 전경련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안보상황 변화에 걸맞게 국방예산 규모의 적정선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냉정히 재검토해보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측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비록 한반도 주변열강들과의 국교수립 등 안보상황이 바뀐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한 국방여건은 그대로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90년말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추계에 따르면 북한의 국방비 규모는 국민총생산(GNP)의 24%로 우리나라의 GNP 대비 4% 이하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현재의 우리 여건상 군병력 감축이 곧장 국방비지출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늘릴 가능성이 크다. 국민개병제 아래선 국가가 인력을 낮은 보수에 병력으로 활용하고 있으므로 만약 앞으로 병력을 줄인다해도 국방비 절감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병력을 감축하는 대신 고도의 성능을 갖춘 군사장비로 전력을 보충하기로 한다면 세계적 군비추세로 미루어 오히려 엄청난 추가적 자금소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방비 적정규모 여부는 이처럼 쉽사리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국가전략 차원의 난제인 것은 틀림없다.
다만 지금까지 국방비는 안보상 이유로 그 주요 집행내역이 너무 비밀리에 가려져 상당수 국민들이 행여 낭비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우려를 갖기도 했다.
이번 국방비 논란과 관련,정부 관계자는 『이제 국방도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지향하는 경제 혹은 경영개념을 도입할 시기가 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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