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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실천 구두닦이부부의 하소연/“각박한 인심…세상살맛 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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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실천 구두닦이부부의 하소연/“각박한 인심…세상살맛 안나요”

입력
199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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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뇌관터져 아들 중상/시공사선 “관계없다” 모른체부부가 함께 구두를 닦아 살림을 꾸려온 김주환씨(44·서울 성북구 삼선동3가 50의33)와 오숙이씨(44)는 요즘 세상살 맛을 잃어버렸다.

지난 7일 밤에 일어난 폭발사고로 아들 재현군(13·홍익중2)이 입주위가 찢어진채 벌써 20일이 넘게 말을 못하는 것은 물론 먹지도 못한채 누워있기 때문이다.

충북 보은이 고향인 김씨는 9세때 고아가 된뒤 14세때 서울에 와 30년 동안 구두를 닦아왔다. 구두닦이들의 모임인 한국미화협회 종로지회 부회장인 김씨는 그동안 회원 3백명과 함께 불우 노인들에게 매달 성금을 건네고 틈틈이 농촌에 찾아가 일손이 돼주는 이웃사랑을 실천해왔다.

그러나 아들 재현군이 돈암동 재개발공사현장에서 포클레인 기사조수로 일하는 삼촌 김복석씨(21)가 주워온 다이너마이트 뇌관을 갖고 놀다 폭발해 다친이후 김씨가 맛본 세상인심은 각박하기만 했다.

발파시공회사측은 『화약관리자 개인이 책임질 문제이지 회사와는 관계없다』고 보상은 커녕 위로전화도 걸어오지 않았다.

재현군은 입주위 9군데가 찢어지는 중상을 입고 서울대병원에 입원,2주간 치료를 받은 뒤 지난 22일 퇴원해 집에 누워 있다.

『치료비 등의 물질적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현이의 입상처는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해 평생 멍에를 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최소한의 위로는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닙니까』

김씨는 회사측의 냉대와 무관심이 자신이 「구두닦이」라서 그런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딸 효진(7)도 결핵성 임파선을 수년째 앓고 있다.

식당종업원으로 일하다 김씨를 알게 돼 15년전 결혼한 부인 오씨는 딸 때문에 부부가 함께 일을 했던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시외전화국 앞의 「직장」에 1년전부터 출근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산동네의 15평짜리 무허가건물 단칸방은 시름으로 가득차있다.

미화협회 회원들은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려고 모금을 하고 있으며 회사측을 상대로 폭발물 방치책임과 대책마련을 요구하기로 했다.

회원들은 이번 사고로 김씨 부부가 세상에 대해 불신감을 갖거나 이웃사랑의 정신을 잃게 되는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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