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세 퇴보 “정치대국 호기”/중 개혁·지역경제 활성화 기대한중수교일인 지난 24일 일본 자위대는 캄보디아 파병에 대비,최초의 합동훈련에 돌입했다. 다음날인 25일에는 일왕 최초의 중국방문이 정식 발표됐다.
국력에 걸맞는 발언권을 갖는 「정치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일본이 최근에 보인 대표적인 움직임이다.
일본은 한중수교를 「큰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중수교가 아시아에서 냉전구조의 붕괴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것인 만큼 미·러의 영향력이 감소된 가운데 정치대국화의 길을 보다 공개적으로 강력하게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적으로 유럽공동체(EC)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에 맞설 수 있는 「아시아 경제권」 창설에 일본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중수교는 우선 새로운 아태지역 안전보장 문제의 논의를 활발하게 만들었다.
자민당의 종합정책연구소는 지난 3월 「일본외교의 자세」라는 보고서를 작성한바 있다.
이 보고서는 ▲일본이 유엔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한 적극적 대응 ▲상임이사국이 될 경우 불가피한 유엔군 참가와 관련한 국민적인 헌법개정 논의의 개시 ▲유엔 안보리 하부조직을 각지역에 설치할 경우 아시아지역 본부는 일본에 설치하며 일본이 지도력을 발휘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는 내용의 「과격성」때문에 당시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번 한중수교를 계기로 본격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7월부터 지역안보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 당시 나카야마(중산태랑) 외무장관은 아세안 확대 외무장관회의에서 이 회의를 「정치·안보 대화의 장」으로 만들자고 적극 제안했다.
그후 미야자와(궁택희일) 총리도 『아태지역의 안정과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자문기관인 「21세기 아태와 일본을 생각하는 간담회」를 발족시키고 「아태지역안보에 일본의 관여」를 검토하도록 요청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 격동의 다음은 아시아이다. 자칫 머뭇거리다가는 일본만 처진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지만 결국은 정치대국화를 향한 첫걸음으로 아시아 안전보장에서 발언권과 역할강화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한중 등 주변국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때문에 구체적인 각론까지는 들어가지 못하다가 이번 한중수교로 분위기가 「성숙」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와 같은 「아시아판 CSCE」 논의가 본격 제기되고 있다. 나카소네(중회근강홍) 전 총리가 앞장서는 이 구상은 자민당 종합정책연구소도 7월초 제안했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 구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과 달리 아태지역은 너무 다양하다는게 이유이다.
때문에 일 정부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캄보디아 문제 등 개별적인 과제는 당사국들에게 맡기고 광역의 협의는 기존 조직을 이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즉 ▲단기적으로 현 아세안 확대 외무장관회의를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중국을 포함,환태평양 국가들로 구성된 아태 경제협력 각료회의(APEC)를 무대로 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일본은 한중수교가 일본경제에 큰 이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대한 수교는 「경제력이 있는 나라가 우방」이라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며 따라서 중국의 개방·개혁정책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 경제계는 중국이 「산동반도와 길림성은 한국」 「광동성은 홍콩」 「복건성은 대만」 「요녕성과 대연은 일본」이라는 지역경제 발전의 시나리오 및 전략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때문에 중국을 세계경제의 틀에 조속히 정착시키기 위해 중국의 가트(관세무역일반협정) 가입을 각국에 요청할 방침이다.
한중간의 경제관계 강화는 북한과 러시아를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의 진전을 가져올 것이고 이는 일본경제에 거대한 시장을 제공할 뿐 아니라 유럽 및 북미의 경제블록화에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 관계가 일본보다 깊고 또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을 공유하고 있어 한중관계가 예상외로 긴밀해질 경우 일본외교는 큰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동경=이상호특파원>동경=이상호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