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힐러리 반가정적” 헐뜯기/바버라 「현모」이미지 부각 심혈【뉴욕=김수종특파원】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특징중 하나는 각 후보 배우자들의 역할과 이미지가 뜨거운 선거이슈로 등장한 점이다.
휴스턴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이 파상적으로 부각시킨 「가정의 가치(Family values)는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힐러리 부인을 겨냥한 전략의 하나인데 대선기간중 계속 논쟁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화당은 힐러리가 변호사로서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하는 점을 역이용,전통적인 가족관을 가진 보수주의자들에게 힐러리의 행동은 반가정적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힐러리는 남편의 뒷전에서 미소를 짓는 전통적인 미국 대통령 후보 아내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마치 동업자처럼 남편과 대등하게 예비선거 운동을 벌였고,이같은 행동은 이미 민주당과 미국사회에 대통령 후보 아내의 역할논쟁을 일으켰었다.
공화당은 힐러리의 여권주의자로서의 이미지를 돌출시키기 위해 전당대회에서 퍼스트레이디로서 인기가 높은 바버라 부시를 황금시간에 연사로 내세웠다. 또 힐러리처럼 변호사이면서도 남편 댄 퀘일을 위해 자기의 직업을 희생시킨 마릴린 퀘일을 전당대회 연사로 등단시켜 어떻게든 힐러리를 반가정적인 여자로 부각시키는 노력을 했다.
공화당은 노골적으로 힐러리에 대한 신상공격에 나섰다. 뷰캐넌은 70년대 힐러리가 하버드대 법률 잡지에 기고했던 기사를 단순화 시켜 『힐러리는 결혼과 가족을 노예제도에 비유했다』고 비난했다. 뷰캐넌은 또 힐러리가 미성년자를 일방적으로 무능력자로 취급하는 법률에 대한 비판기사를 낸 점을 비약시켜,『12세의 어린이가 부모를 걸어 소송할 권리를 부여해야된다고 주장했다』고 몰아붙였다.
법률학자들이나 힐러리의 지인들은 그녀가 결코 반가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유권자들의 구미에 맞춰 힐러리를 가정의 가치에 반대하는 상징적 인물로 단순화 시키려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역할과 이미지가 이번처럼 뜨겁게 쟁점화된 적은 없었다. 힐러리는 민주당 예선 초기에 내조자로서 여성의 전통적 이미지를 허물고 남편과 후보동업자라도 되는듯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였고,때로는 혼자서도 정치적 모임에 참석해 연설과 토론을 벌였다. 이같은 힐러리의 행동을 놓고 언론들은 너무 설친다는 반응을 보냈다. 그가 퍼스트레이드가 됐을때 대통령직은 클린턴과 힐러리의 동업형태가 될 것이라는 가십도 나돌았다.
지난 봄 뉴욕예선을 앞두고 힐러리는 여론에 불을 댕기는 정치적 실수를 범했다. 한 모임에서 그녀는 남편이 대통령이 될 경우 『정치파트너와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을 꺼낸후 『클린턴을 당선시키면 바로 나를 얻게된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음으로써 클린턴 진영을 당황케 했다.
힐러리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똑똑한 미국 여자의 전형으로 그려지고 있다.
아칸소주에서 일류 아이비리그 변호사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그녀는 권위있는 법률잡지 「내셔널 로 저널」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로 두번이나 선정됐을 정도이다. 정치와 사회문제에서 뚜렷한 자기주장을 갖고 있는 독립적 여성의 표상으로서 가정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취욕을 위해 일하는 여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일은 그녀의 이같은 성취욕의 절정을 이루는 것이다.
지난 겨울 뉴햄프셔주 예선중 클린턴이 나이트 클럽가수 제니퍼 플라워스와의 염문으로 진흙탕에 빠졌을때 힐러리가 적극적으로 남편 구출 작전에 나섰던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되고 있다.
미국정치는 지난 2백년간 백인 남성클럽이라는 배타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연방상원 선거에 올해 10여명의 여성 후보자가 도전할 정도로 여성의 정치참여가 활발하다.
그러나 선거직 공무원이 아닌 퍼스트레이디가 남편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대한 부정적 시각은 아직도 강하다.
지지율이 뒤지고 있는 부시진영에 힐러리는 좋은 공격목표로 떠올랐다.
정치학자중에는 정강정책이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할때 후보자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후보자의 아내가 후보자의 품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식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가진 바버라 부시와 직업여성으로서 진보적 가족관을 지닌 힐러리 클린턴을 놓고 미국인들이 어떤 투표행태를 보일지가 미국사회의 변화와 관련해 매우 흥미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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