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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파동의 교훈/김영작 국민대·국제정치학(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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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파동의 교훈/김영작 국민대·국제정치학(목요진단)

입력
1992.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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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파동은 그야말로 하나의 「사건」이었다. 민주정치의 본령이 무엇이며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주요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유념하여야 할 점이 무엇인가 등에 관해 뼈아픈 교훈을 남긴 사건이었다.곡절 끝에 선경그룹의 「자진반납」이라는 형태로 일단 수습의 계기를 맞이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정부와 노태우대통령이 이번 파동의 시말에 담긴 객관적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논어에도 「과측물탄개」,곧 「체면때문에 잘못을 고치는 것을 꺼려하지 말라」 하였는데 체신부와 청와대의 그간의 언동으로 보아 그러하질 못하기 때문이다.

얼마남지 않은 6공정부는 물론 정부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던 재야정치인들이 이번 파동을 귀감 삼아 비슷한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실책의 원인과 그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초지망각이 빚은 실정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정부의 당초 결정에 대한 비판의 초점은 엄청난 이권사업을 사돈기업에 맡긴 대통령의 도덕성 결여문제였다. 이에 대한 정부와 청와대의 반론은 객관적·합리적으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 「가족관계」를 들먹여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설사 선경그룹의 선정이 객관적 기준에서 하자가 없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정치적으로 현명치 못한 것이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그 결정은 6공 출범에 즈음하여 노 대통령 스스로가 국민에게 약속한 「친·인척 배제」라는 공약에 어긋하는 처사였다. 당초 그같은 공약이 나오게 된 것은 반드시 친인척에 해당하는 인사들의 개인적 무능이나 도덕적 결함이 입증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지난달의 경험으로 보아 그들로 인해 빚어질지도 모르는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고 정치의 도덕성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간 그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는가에 관하여도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이번의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야 말로 노 대통령 스스로 초지를 망각하고 대국민공약을 무시한 처사였다. 과연 초심을 번복하고 공약을 무시해도 좋은만한 객관적 상황과 여론의 변화가 있었는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와 청와대의 결정은 공약과 민심의 소재를 무시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비민주적이었고,그 결정의 정치적 파급에 대한 판단이 경솔하였다는 점에서 몰정치적인 것이었다. 노태우대통령 개인의 차원에서 보면 개혁에 관한 초지를 망각한데서 비롯된 실정이자 권위의 상실이었다.

○「합작쇼」가 안되어야

이제 그 교훈은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노태우대통령에게 보다도 그의 실책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앞으로의 여야 지도자들에게 더욱 명심되어야 한다. 지난달의 지도자들이 예외없이 집권을 위해 개혁을 외치다가 집권후에는 초지를 망각하고 썩은 현실과 타협하는 전철을 밟아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특히 김영삼씨의 이번 행동은 대선을 의식한 「차별화」 정략의 일환으로만 활용되고 결과적으로 「합작쇼」였다는 비난을 받는 꼴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파동의 시말을 지켜본 국민들의 또 다른 불안은 집권세력의 국사를 운용하는 정치력의 미숙함에 있다. 국민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결정,그것도 며칠후면 번복될 수 밖에 없는 결정에 대하여 집권세력인 당·정간,고위지도자간에 왜 충분한 사전협의와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했느냐 하는 점이다. 사전에 충분한 의사전달과 협의가 있었느니 없었느니 당사자간에 견해가 다르지만,만약 사전협의가 있고서도 번복될 결정을 하였다면 앞을 내다보는 정치적 통찰력의 빈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레임덕 현상에 의연해야

이와 관련하여 이번 파동은 집권말기의 권력자의 자세에 관한 또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다름아닌 「권력누수」의 방지라는 공허한 권력목표에 관한 것이다.

「6공 최대의 결단」이라고도 지칭되는 노 대통령의 금번 결정은 여론의 비판을 각오한 「실리챙기기」가 아니었다면,그것은 집권세력 내부의 「도전」에 대해 권력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전부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심리가 작용하였다는 증좌가 엿보이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결과는 더 큰 권력의 누수와 군위의 상실까지 수반하였다. 부당한 사안에까지 「오기」를 부린다고 권력누수가 방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 셈이다. 무릇 민주국가에서 집권말기에 권력의 중심이 서서히 옮겨가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른바 「레임덕」(권력의 절름발이) 현상은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지 반드시 부정적 가치평가를 곁들인 말은 아닌 것이다. 앞으로의 권력자는 이 자연스런 현상,당연한 추세를 공연히 아첨배들의 농간에 놀아나 「오기」로 방지하려 하거나,「퇴임후」를 위한 과욕을 부리다가는 오히려 「권력의 파탄」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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