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폐쇄강화·개방가속 갈림길/결국 현실인정 “전향자세” 전망한중수교는 향후 남북한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에대한 견해는 크게 세갈래로 나눠져 있다.
첫째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고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는 「현상유지론」이다.
둘째는 북한의 마음을 극도로 상하게해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는 「부정적 영향론」이다.
셋째는 북한을 빠른 시일내에 개방과 개혁의 길로 이끌어내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효과론」이다.
이 세가져 견해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과 북한의 내부사정,북한과 중국과의 관계 등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의 현상은 한마디로 「핵문제」의 걸림돌에 막혀 이도저도 안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남북합의서 채택,비핵공동선언 합의 등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산가족 문제,경협 등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북한내부 사정도 매우 복잡한 것으로 짐작된다. 남북대화의 여러 분야에 있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채 「보수」와 「실용」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잇다. 이산가족 고향방문 사업의 무산과 김달현 북한 정무원 부총리의 서울방문은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북한의 「방황」은 남북문제에 대한 북한내 보수파와 실용파사이의 의견조정이 채 매듭지어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냉전적 사고에 젖어있는 보수파의 논리와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파의 주장이 팽팽한 상태에서 조정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북한과 중국은 중국의 6·25참전으로 맺어진 혈맹관계이다. 소련 등 동구권의 몰락이후에는 정치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됐다. 경제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소련이 붕괴된후 북한의 대외경제는 「중국일변도」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작년 한해 북한의 대중 무역규모는 모두 6억1천만달러(수출 9천만달러 수입 5억2천만달러)로서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었다.
앞서의 「현상유지론」은 이와같은 북·중의 특수관계에 주목하는 견해다. 즉 북한의 심각한 정치·경제적 대중 의존도를 감안한다면 한중 수교는 북한의 대남 정책결정에 뚜렷한 변수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북한은 한중 수교를 예상한듯 올연초부터 활발한 역내외교를 통한 외교다변화를 모색해왔고 미·일과의 관계개선을 공개적으로 추구해왔다.
또 지난 4월 양상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시 중국은 북한에 이미 한중 수교를 귀띔해 줬다는 설도 있다.
따라서 이를 종합해보면 북한은 한중 수교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답보상태에 놓인 남북관계를 당분간 그대로 끌고갈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에비해 「부정적 영향론」과 「긍정적 효과론」은 모두 한중 수교가 북한에 매우 큰 충격을 주었으리라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먼저 「부정적 영향론」은 한중수교가 북한내 보수파의 입지를 강화시켜 핵무기 개발,남북관계의 퇴보,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강화,경제적 개방논의 중단 등의 결과로 이어지라는 입장이다.
중국의 「배신」에 대한 심한 정치적 패배감과 국제적인 고립감 등이 북한의 무모함을 더욱 부추기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는 주로 미국과 유럽의 언론들이 제시하는 의견이다.
이에비해 「긍정적 효과론」은 한중 수교를 북한내 실용주의 세력의 입김이 강화될 수 있는 계기로 파악하고 있다.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인식,이제 우리도 실리를 추구하는 길로 나서야 한다』는 실용파들의 주장이 한중수교와 같은 중국의 실용적 선택으로 인해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긍정론자들은 특히 개방과 개혁으로 가는 시대조류와 김정일 후계 체제 구축을 위한 북한의 정치적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북한은 개방과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죌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한중수교 사실에서 엄연한 국제현실을 깨닫고 남북관계에서도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것으로 보고있다.
이날 의견중 정부관계자와 남북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 효과론」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중수교는 중국에서 김일성 북한주석의 「동지」 세대인 보수원로층이 모두 물러나 세대교체가 이뤄졌을 경우 북한에 닥칠 냉혹한 현실을 미리 알려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북한은 한일수교를 계기로 실용노선을 강화,남북관계와 국내 정치에 있어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북한은 한중 수교로 당분간은 외교적 좌절감을 느낄지 모르나 결국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선택을 해야하는 형편에 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당장은 아닐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한중 수교가 남북관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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