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민주당대표가 모처럼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나름대로 난국을 보는 안목과 현안타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이 매우 괄목할만 하거나 새로운 비전을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그렇기는 하지만,대통령 후보로 지명된후 첫 회견에서 국가적 현안들에 대해 제1야당 대표로서 책임감을 갖고 해결방안을 적극 제기햇다는 점은 그것이 비록 대선전략의 일환이라고 치더라도 평가할만 하다. 문제는 김 대표가 제시한 대안들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실현성 있으며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김 대표는 오늘의 시국을 「난국」으로 단정하고 이러한 난국이 전적으로 노 정권과 민자당의 잇단 실정의 결과라는데 공격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우선 난국수습과 민생문제 해결,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한 6개월 시한의 거국내각안을 제기했다.
이 거국내각안은 보기보다는 그 실현성에 많은 문제가 있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대통령중심제인 상황에서 각계인사로 혼성내각을 구성하는 것을 설사 그들 구성원의 애국심과 중립성 청렴성이 강조된다해도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을 어렵게 할 것이다. 더구나 노 정권의 잦은 고위직 인사교체가 많은 부작용을 빚어온 터이므로 공직사회에 불안정과 혼선을 가중시킬 여지가 크다.
난국수습을 위한 노 대통령과 3당 대통령 후보들의 이른바 「비상정치 회의」 의견은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 민주국가에서 시국이 어렵거나 국가적 현안이 가로놓여 있을때 여야의 지도자들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타개책을 강구하는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만나는 것은 정치지도자들의 의무요 도리인 것이다. 다만 만나는데 비상정치 회의니 무슨 회의니하는 번드레한 명칭이나 기구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잇을때 수시로 만나 해결방안을 찾아 제시하고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는 일은 언제나 필요한 것이다. 특히 정부는 이런 자리를 빌려 중대한 국가정책과 그 추진방향을 소상히 알려주고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김 대표의 회견내용중 눈길을 끄는 것은 김영삼 민자당 후보에게 『오는 대선에서 당당하고 떳떳한 경쟁자가 되고 누가 당선되든지 모두가 승리자가 되자』고 제의한 대목이다. 한마디로 변칙·불법선거 운동과 과열경쟁으로 인한 격렬한 대결을 피하고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정정당당하게 조용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자는 제의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오는 선거가 두 김씨의 「경쟁」이 아니라,온갑 불법 등 수단방법을 총동원하는 「사생결단식 대격전」이 되어,나라전체가 뿌리부터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그들중에 누가 당선되더라도,선거후유증으로 새정부가 평온하지 못하지 않을까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바라고 싶은 것은 두 김씨가 만나 공명선거와 공정한 경쟁의 원칙과 대망을 마련하고,이를 국민에게 공표,다짐하는 일이다. 「모두가 승리자」가 되기위한 선행조건이 그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