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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적복구비 250억 낼테니 라파엘로 그림 전시하자”(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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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적복구비 250억 낼테니 라파엘로 그림 전시하자”(세계의 창)

입력
1992.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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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 제의에 이 “자존심 손상”【로마=유석열통신원】 이탈리아에 고적수리비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이탈리아 국보급 미술품들의 일본전시를 추진하고 이는 한 일본회사의 제안에 이탈리아 문화재 관리당국은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어 그 결과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발단은 이탈리아 동북부에 위치한 우르비노시에서 15세기때 축조된 성벽이 2개월전 호우로 인해 일부가 무너지면서부터. 미술품 수리복원 전문인 일본의 이탈리아 현지법인 이탈프랜닝(Italplanning) 회사대표 마수로 아카네가쿠보씨가 이 성벽의 수리비를 일본측이 제공하는 대가로 우르비노시가 배출한 르네상스시대의 대가 라파엘로의 작품들을 일본내에서 전시하는 사업을 벌이겠다고 제안했다.

물론 우르비노 시당국은 약 4백억리라(한화 약 2백50억원)가 소요되는 성벽 수리비의 재원염출에 전전긍긍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에 마수로 아카네가쿠보씨의 제안에 큰 관심을 표명하면서도 일본회사의 얄팍한 상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8월12일 우르비노 시당국은 나오르지오 론데이 시장의 주재하에 회의를 열어 성벽 복원에 관한 일본측의 제안을 검토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차기회의로 연기했다.

한편 르네상스예술의 요람지이며 일본측이 관심을 갖고있는 라파엘로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플로렌스(피렌체)시의 문화재 관리책임자 안토니오 파오루치씨는 일본측의 제안에 강한 불쾌감을 표명했다.

그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우리에게는 우리가 지켜야 할 자존심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정부차원도 아닌 일개 개인회사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역사적이며 세계유일의 작품들을 내줄 수 없다고 반대했다. 그는 『이탈리아 문화재는 이탈리아 국민들의 힘으로 보존되어야 한다. 이탈리아가 소말리아가 아닌 이상 자체적으로 충분히 고적 복원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탈리아를 난파되어 표류하고 이는 보물선으로 착각하여 금전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일본측을 비난했다. 돈만을 내세우는 일본인들의 집요한 상혼에 이탈리아의 자존심이 건드려졌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측은 아직 이탈리아 문화재 당국의 공식적인 답변이 없는 상황에서 자국내에서 전시할 라파엘로의 작품들을 이미 선정완료한 상태이다.

또 우르비노 성벽복구기금을 마련키위해 올가을안으로 스폰서로 나설 일본의 대기업 및 은행들을 선정하고 우르비노 성벽복구를 전담할 합작회사까지 이탈리아내에 개설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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