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을 의학주 연구에 써달라” 유언/평소 실습용시체 구득난 애태워/각막은 2명에 이식의학교육에 일생을 바쳐온 의대교수가 암으로 숨지면서 장기를 해부용으로 기증하고 각막은 이식용으로 제공해 「살신성의」를 실천했다. 25일 상오 10시 서울대병원에서 급성 신장암으로 별세한 이 대학 의대 이광호교수(향년 61세·해부학)의 시신은 고인의 뜻에 따라 후학들의 배움과 빛을 잃은 환자의 새삶을 위해 쓰여졌다.
해부학의 권위자이며 생전에 스포츠 의학에도 관심이 깊었던 이 교수는 평소 사후에 장기제공을 서약해온 바 있지만 이미 암세포가 모든 장기를 잠식해 버려 암의 영향을 받지 않은 각막만을 이식하게 됐다.
지난해말 어렴풋한 자각 증세를 느껴오다 결국 암으로 판명돼 지난달 23일 입원치료를 받기 시작한 이 교수는 가망이 없음을 느끼고 2주일전 가족과 후배교수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장기를 해부용으로 써줄 것을 당부했다.
이 교수가 유명을 달리하자 곧바로 후배 지제근교수(55·병리학)의 집도로 조심스럽게 장기가 떼어졌고 각막도 배모씨(30),정모씨(25) 등 2명에게 이식됐다.
동료 장가용교수(57·해부학)는 『떼어진 아직 확실치 않은 고인의 암 원인과 진행과정을 규명하는데 도움이 됨은 물론 암연구에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인으로서 스승으로서 마지막까지 후학들에게 교훈을 주셨다』고 애도했다.
생전의 이 교수는 학생들의 배움을 위한 해부용 시체가 점점 구하기 어려워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장기제공 서약과 별도로 지난달 21일 동료교수 34명과 함께 사후에 시신을 해부용으로 제공하겠다는 「신체기증서」 작성을 주도했었다. 부인 김익순씨(55)와 1남2녀도 고인의 높은 뜻을 따라 주었다. 아들 경준씨(33)는 해부가 진행되는 동안 눈시울을 붉히며 울음을 참고 있었다.
서울대 학생처장과 의대학장,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한국체육과학연구원 이사장 등을 두루 거친 이 교수의 영결식은 27일 상오 8시 서울대 의대 함춘장 앞에서 거행되며 천안공원묘지에 안장된다. 연락처는 7603331(서울대 해부학 교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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