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문제 한국주도 굳혔다”/“대북한관계 핵선결 전제” 불변한중수교는 동북아시아의 정치지도를 바꿔놓은 역사적 사건이다.
워싱턴에 주재하는 한국특파원들이 그동안 당연시 해왔던 한국과 중국과의 수교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일본·대만 기자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들은 미 국무부의 아시아 관계관들로부터 한중수교와 관련해 아무런 공식 논평을 얻지 못하자 한국특파원에게 전화를 걸여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중국에 돈을 얼마나 줬느냐,앞으로 미·북한 수교관계는 어떻게 진전될 것으로 보느냐 등의 질문이었다.
중국 기자들은 축하의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24일 국무부 정오 브리핑에서도 당연히 이 문제가 거론됐다.
논평을 요구받은 스나이더 대변인은 미리 준비된 텍스트를 읽어 나갔다.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장과 대한민국 외무장관은 8월24일 북경에서 외교관계 수립을 선언했다. 미국은 이같은 외교진전이 한반도를 오랫동안 괴롭혀온 긴장상태를 완화시킬 것으로 보고 이를 환영한다. 또한 이는 동북아에서의 상호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을 촉진시킬 것으로 본다.
스나이더 대변인은 이어 몇가지 질문에 대답했다.
한중수교로 미국의 대북한 외교진전에 대한 어떤 태도의 변화가 있을 것인가. 북한은 한국이 중국과 국교정상화를 실현했음을 이유로 미국과의 관계진전을 요구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스나이더=북한과의 관계진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여러번 천명한바대로 명백하다.
이같은 조건의 진전이 없는한 어떤 관계진전도 고려될 수 없다. 그것은 북한의 남북 상호 핵사찰 수용·무기수출금지·남북대화 진전 등이다.
북한은 이제 한중수교로 더 고립감을 갖게 됐다. 혹 이런 강화된 고립감으로 한반도에서 다시한번 전쟁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가.
▲전혀 없다고 본다.
공식 브리핑이 끝난후 브리핑 단상주변에 모여든 기자들은 다시 한중수교에 관한 문제를 꺼냈다.
이번 한중수교에 있어서 미국은 어떤 협조를 했는가,대만으로부터 미국이 이와관련하여 항의받은 일은 없는가,중국의 공식반응을 혹 전해받은 일은 있는가 등에 관한 것이었다. 스나이더 대변인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한 대만기자는 미국은 왜 교차승인을 고려하지 않는냐고 항의조로 말하기도 했다. 스나이더 대변인은 거듭 미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이미 수차에 걸쳐 밝힌대로 명백한 것이라고 그 조건들을 되풀이 설명했다.
일본 기자들은 미국의 대북한 접촉에 관해 질문했으나 별다른 답변은 얻어내지 못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기자들은 한중수교 문제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은채 시종 듣고만 있었다. 브리핑이 끝난후 한 한국특파원이 중국특파원에게 『중국은 보다 나은 한중 우의를 위해 6·25 참전사실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자 그 중국기자는 『왜 사과해야 하는가』라며 되받기도 했다.
미 국무부를 중심으로한 미국의 아시아문제 관계자들이 한중수교를 보는 입장은 대체로 두가지로 요약되는듯했다.
첫째는 한중수교가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북한은 현 상태로서는 더이상 국제사회의 인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한반도 문제의 해결주체는 한국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북한이 지난 1월 뉴욕회담에서 미북한 관계진전을 촉구했을 때도 『우선 남북대화를 잘하라』고 말했다. 한국과의 상호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이전에는 미·북한 직접교섭이 이뤄질 수 없음을 명백히 했었다. 한반도문제에 관한한 「한국의 어깨너머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5월 일본이 느닷없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이를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을 나무랐으며 한국정부도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자 일본은 이를 철회한 일이 있었다.
한중수교는 「한반도문제의 한국주도」라는 입장을 강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60년대를 통해 국제정치학자들은 한반도 문제해결의 한 방안으로 교차승인·4자회담·6자회담 등의 안을 내놓은 일이 있었다. 한국이 중국·소련 등 공산국가와 수교하고 대신 북한은 미국·일본과 수교케 한다든지,남북한이 미·소·중·일 등과 함께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문제를 토의해 이를 범국가적으로 풀어나가자는 제의였다.
그러나 북한은 60년대 이후에도 한국에 대한 끊임없는 테러행위를 계속하는 한편 국제적으로 핵무기 개발계획이나 무기수출 등을 통해 스스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포기해 결국 국제 대화 당사자로서의 자격까지 잃어버리게 됐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남기위해서는 우선 한국으로부터의 대화상대국 인정을 받아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남북대화를 통한 상호신뢰구축」이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인정하는 첫 관문으로 보고 있다.
일본을 포함한 몇 아시아국들은 한반도 접근에 있어서 걸핏하면 「북한카드」라는 걸 들고 나왔었다. 『북한과 어떻게 하겠다』든지 『북한을 봐서 그렇게 못하겠다』는 등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북한카드」는 한중수교와 함께 효력을 잃게 됐음이 분명하다.
한반도문제의 해결이 교차승인이나 6자회담 같은 외부 상황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설득력을 잃었다. 한국을 통한 한반도문제의 해결이 한중수교 결과로 더욱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북한카드」 없는 한국의 대일본 외교·대중국 외교·대러시아 외교의 진전이 기대된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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