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이 제2이동통신의 사업권을 「자진반납」함에 따라 최근 며칠동안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해왔던 제2이동통신의 파문은 가라앉게 됐다. 이번 물의는 바로 선경이 노태우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데 있다.주무부서인 체신부의 사업자선정 기준설정과 그 집행과정이 어떻든간에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그것 하나로 국민들은 선정의 「공정성과 정당성」에 신뢰를 주지 않았다. 여론은 아예 체신부의 설명에 귀를 빌려주지 않았다. 곧바로 노 대통령의 판단력과 도덕성에 회의를 했다. 여론의 동향을 정확히 간파한 것은 김영삼 민자당 대통령후보. 그는 『6공 최대의 이권사업을 사돈기업에 떠 맡기는 것은 국민정서상 어떠한 논리로도 납득될 수 없다』고 했다.
김대중·정주영 민주·국민 양당의 대통령후보들은 물론 백지화를 강력히 주장했고 대중집회까지 갖겠다고 했다. 대선 선거운동이 호재로 십분 활용할 태세였다. 김영삼후보는 한때 노 대통령과의 큰 균열의 위험까지 빚으면서 선정철회를 밀어붙였고 결국에는 선경의 최종현회장을 직접 만나 반납을 촉구,사태수습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제2이동통신 사업자선정 파문이 상당한 부작용을 남기겠지마는 큰 수확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대통령직의 도덕성 강화다. 이번 사태는 국민의 동의없이는 대통령이 친·인척기업에 대해 이권사업을 주는 「특혜」를 베풀 수없다는 선례의 계기를 마련해 줬다고 할 수 있다. 민주화시대가 됐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여전히 비대한 권력을 잡고 있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를 낳는다고 하듯 강한 권력도 상당한 부패를 동반할 수 있다. 이제 국민들은 권력형 부패·특혜와 정경유착에 염증이 날 만큼 났다. 여론이 사업자선정의 공정성과 합리성 여부를 따져보기도 전에 사돈기업이라는 이유 하나로 거의 무조건적인 강력한 거부반응을 나타낸 것은 6공뿐 아니라 역대정권의 전례에 대한 축적된 불신에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친·인척의 관리와 관련해서도 그의 평판은 말할 것도 없고 당해 친·인척이 옥고를 치르는 값비싼 대가를 지불했다.
노 대통령은 집권하자 마자 친·인척의 관·정계 등용배제와 이권개입 금지를 천명,전임자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결의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부분적인 관철로 끝났다. 친·처가쪽에서 큰 스캔들은 없었다. 하나 사돈기업들과 박철언씨(현 민자당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결의의 이행이 엄격하지 않았다. 이번 제2이동통신의 사업자선정도 이런 관행의 연장선상에서 빚어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사태는 그렇지 않아도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6공의 레임 덕(절름발이 오리)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무력화·무기력화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직에 요구되는 도덕성의 수위를 상당히 높여 놓은 것이다.
민자당의 김영삼대표가 제2이동통신의 선경 지정문제와 관련,『나도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지만 그보다는 나라를 더욱 사랑한다』 『나는 개인보다 국가,사익보다 공익을 중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깨끗한 대통령」고 「도덕정치」론을 제기한 것은 평가할만하다. 그의 공언에 얼마의 신뢰를 둬야할지 모르겠으나 지금 우리나라와 사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도덕과 가치관의 재확립이다.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문제의 해결은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또한 도덕의 재확립은 대통령직의 도덕성 강화에서 시작되는 것이 일의 수순인 것 같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상탁하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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