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는 우리 현대사의 한획을 긋는 실로 엄청난 역사적 사건이다.그러나 한중수교의 와중에서 이에 못지않은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는 이슈가 있어 국민들을 착잡하게 하고 있다. 바로 정부의 이동통신 사업자선정 문제이다.
선경의 이동통신 사업자선정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한중수교라는 역사적 사건에 필적하고 있는 것일까.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문제에는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국민적 오해까지도 염두에 두지 않는한 재벌기업이 바람직하지 않은 집념과 정권의 도덕성이 얽혀있다.
여기에다가 권력이양기를 맞아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여권 내부의 심각한 갈등기류까지 겹쳐있다.
한중수교의 역사적 의미가 이동통신이라는 국내 정치에서의 걸림돌 때문에 주춤거리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외치에서 거둔 성과가 국내 정치의 잘못으로 인해 그 의미가 퇴색했던 경험을 적지않게 갖고 있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분위기는 뒤이은 5공 청산과 청문회의 열기속에서 실종돼 버렸고 소련과의 국교정상화로 절정에 달했던 북방외교 역시 국내 정치에서 갈등요인으로 인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그리고 이때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고 외교문제를 국내 정치에 연계시켜서는 안된다」는 평범한 사실이 재확인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와관련해 믿고 싶지는 않지만 한중수교를 염두에 둬가며 이동통신 사업자선정이 결정되었다는 의문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음은 유감일 수 밖에 없다.
즉,수교발표 며칠전에 이동통신 사업자를 결정함으로써 정부와 선경에 쏠릴 비난여론을 한중수교 분위기로 묻으려 했다는 얘기이다.
이제 선경과 이동통신 문제는 선경의 사업권 자진반납 결정으로 표면상의 수습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한 재벌에 대한 특혜나 권력 핵심부의 내부갈등단계를 넘어서 국가차원의 문제로 확대되었음을 감안하면 그동안 나라전체와 국민이 알게 모르게 지불한 기회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무정견한 정부의 태도와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재벌기업이 합작한 무리한 결정때문에 국가차원의 기회비용지불이 강요되었던 것이다.
이동통신 문제 때문에 지불한 국가차원의 기회비용을 보상받을 길은 무엇일까. 이는 다시는 이같은 우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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