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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역사적 수교」의 뜻과 현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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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역사적 수교」의 뜻과 현실(사설)

입력
1992.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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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노선 선언한국과 중국이 정식 수교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감동적인 사건이라기 보다는 논리적인 분석과 판단을 요구하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냉전시대의 적대관계에서 「우호·선린」을 다짐하는 파트너로 탈바꿈한다는 약속이 과연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수수께끼 같은 과제다.

그러나 이 새로운 상황의 전개에 얽힌 연대기적 과정을 회고한다면 우리는 새삼 「역사」를 목격하는 감동을 금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북경에 공산정권이 들어선지 43년,그리고 중공군이 압록강을 건너와 우리측과 포화를 교환한지 40년만에 이루어진 장면의 전환이기 때문이다.

양쪽은 이제 정식수교에 따르는 실무적 협상을 매듭지어야할 것이다. 해운·항공로협정,무역·투자를 위한 경제협정,언론·통신 교환을 위한 협정 등이다.

이러한 실무적인 협상들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새로운 국제정치의 무대장치가 마련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24일 한국과 중국의 외무장관에 의해 서명·발표된 공동성명은 제4항에서 『양국간의 수교가 한반도정세의 완화와 안정 그리고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동성명은 또 제5항에서 「한민족에 의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중국측의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중국은 「적화혁명노선」의 포기를 공식 선언,적어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치않는다는 것을 밝힌 셈이다.

우리측이 제3항에서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인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한데 비해 중국측이 6·25 개입에 언급하지 않을 것이 미흡하긴 하지만,어쨌든 이로써 북의 김일성체제에 영향을 줘 한반도에서의 냉전구조 해제에 공헌하기를 기대하고 싶다.

아닌게 아니라 어느나라 보다도 일본에서 이러한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궁지에 몰린 평양측이 상호 핵사찰과 관련해서 주한미군기지 사찰요구를 철회할 것이라는 동경신문의 보도다. 우리 정부측에서도 9월15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제8차 고위급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낙관하는 것 같다.

○「과잉 기대」는 삼가야

그러나 우리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중국에 대해 「과잉 기대」를 갖는 것을 우리는 먼저 경계해야할 것이다. 중국보다 한발 앞서 우리와 국교를 텄던 러시아의 경우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유엔 인권위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제기하는 등 비판적 자세를 편 러시아는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규정한 협정의 파기는 거부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평양측에 비판적이면서도 유대관계를 끊지 않는 양다리 걸치기다.

중국측도 크게 보아 「6·25 혈맹관계」를 내세운 평양과의 협력관계를 쉽사리 완전 파기하리라고 기대한다면 어리석은 과잉 기대가 될 것이다. 중국이 평양측과의 우호관계를 다짐하기 위해 김일성을 초청했다는 일본측 보도(독매신문)는 이런 관점에서 수긍이 가는 일일 수 있다.

우리가 경계하는 것은 북경행 버스를 놓치지 않겠다고 서두르는 기업의 과당경쟁의 추태나,무분별한 관광객의 홍수가 외화를 낭비하면서 중국 대륙에 범람하는 일이 벌어져선 안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 반세기에 걸친 냉전체제에 익숙해온 우리가 발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변화에 둔감할 수 있다는 사실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상당규모의 군사력을 한·일 두나라에 유지할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동북아는 이제 일본·중국을 포함해서 한국과 미국,러시아 등 다원적인 힘의 균형·견제의 무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상황의 변화에 걸맞게 태평양연안에서의 군사력을 줄이고,집단안보 체제를 구축하라는 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 뉴욕타임스의 주장이 그런 것이었다.

동북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야 될 새로운 주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신중하게 내일을 내다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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