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은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가용수단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현재와 같이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기에는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기 쉬운 것이다.이런 시기에 우려되는 것은 지엽적인 경제문제가 마치 경제 그 자체의 본질적 문제처럼 확대 진단되어 과잉처방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고심끝에 내놓은 이번 8·24 증시안정화 대책은 당초에 구상했던 증시안정 채권발행과 채권의 장기 보유자에 대한 상속세 면제 등과 같은 무리한 방안을 배제,일단 안정기조의 현행 경제정책을 크게 무너뜨리지 않고 가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포괄적으로 종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증권업계는 24일 상오 긴급 사장단회의를 갖고 이번 대책이 투자심리 안정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보고 증권사들 자체도 주식매도를 자제,증시안정에 기여하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것이 체질화 돼있는 증권사들의 작심이 사흘이나 갈지 모르겠으나 이번 조치에 만족을 표명하는 것으로 봐서도 일단은 기대되는 처방인 것 같다. 8·24 증시안정대책은 증시주변여건의 개선,주식수요기반의 확충,세제지원,증권사 자금사정 완화책 등 직·간접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핵심은 은행신탁계정(1조5천억원),보험사(7천억원),연·기금(1조2천억원),증안기금 추가출자(5천억원) 등으로 3조9천억원을 동원,주가부양에 투입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자금들이 당장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고 연·기금 같은 것은 1년 사이에 분할 투입되는 것이다. 사실 이들 자금들은 증안기금의 추가출자를 제외하고는 확정이자가 나오는 채권 등에 투자될 자금이 주식매입으로 전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원칙적으로는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온 금융자율화에 배치될 뿐 아니라 시장경제원리에도 근본적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증시의 침체가 「시장의 붕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사용될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에 이번의 안정화조치가 설득력을 가질지는 모르나 시장원리를 무시한 관치지원으로 앞으로는 불식돼야 한다. 이번 지원책에서 주목되는 것은 연·기금의 동원이다. 대상 연·기금은 공무원 연금기금,사학연금기금,국민연금기금,대한교원 공제기금,체신예금,체신보험기금 등 20대 연·기금이다. 이들 연·기금의 운영은 성격상 수익성 보다는 안정성에 역점을 둬야한다. 지금까지는 연간이익률이 10% 이상되는 부문에 투자토록 법으로 규정해왔는데 정부에서 뭣으로 투기성 강한 우리의 증시에서 연·기금 투자에 1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할지 모르겠다.
무리한 투자강요를 자제했으면 한다. 차체에 증권사,상장사 등은 연·기금은 물론 일반투자자들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건전한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자정과 자구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거듭 주장하지만 실물경제의 회복없이는 증시의 근원적인 부상은 어렵다. 탄력적 운용이라는 구실아래 통화량을 편의적으로 증대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