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어디 보통일인가.정부의 제2이동통신 사업자선정을 둘러싼 집권 여당 내부의 갈등과 반목이 일촉즉발의 심각한 국면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사태의 심각도를 더해주는 까닭은 이번 갈등이 단순한 당론 분열이거나 의견대립이 아니라,국정의 최고책임자이며 임기말을 눈앞에 둔 노태우대통령과 바로 노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집권 여당의 대통령후보로 나서고 있는 김영삼대표 사이의 정면 대결이라는 희한한 양상 때문이다. 좀처럼 있기 어려운 장면이 공개적으로 벌어지려 하고 있다.
특정한 정책이나 사안을 두고 정부나 집권여당 내부에서 이견과 대립이 있음은 당연하고 흔한 일이다. 다원적인 의견과 이해가 대립하고 충돌하는 과정을 거쳐서 정책으로 수렴되는 것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제2이동통신 사업자선정에서 비롯된 노 대통령과 김 대표의 대결양상은 전개과정과 정국에 주는 충격이 전혀 다르다.
처음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이동통신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는 청와대측 발표에 이어 『심각하게 논의됐다』는 김 대표측의 뒤집기로 표면화하기 시작한 이번 사태는,김 대표의 잇단 「대통령의 도덕성」 문제제기와 노 대통령의 「불쾌감 표명」 등으로 감정충돌의 양상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일부 보도는 청와대측이 오는 28일로 예정된 민자당 총재직 인수·인계를 연기할는지 모른다는 소식까지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25일로 예정된 청와대에서의 총재직 사퇴절차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사태의 핵심은 『선경을 사업자로 선정한 정부 결정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김 대표의 완강한 입장과 『정부의 결정은 전혀 잘못이 없으며 따라서 재고할 수 없다』는 노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이 서로 맞서고 있다는데 있다.
정부의 결정에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점은 광범한 여론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노 대통령은 여당내의 직접 후계자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론으로부터도 지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맹렬한 공세에 나서고 있음은 물론이다. 노 대통령과 정부만이 사면초가인 셈인데,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전이라도 일은 참으로 딱하게 되었다.
우리는 명백히 강조하거니와 대통령과 대통령후보의 정면 대결이라는 이 심상찮은 양상이 계속 악화일로로 치닫고,그로써 정국이 파국에 이르게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정국의 불안정은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를 압살하여 총체적 난국을 초래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정부 당국에 대해 과오를 시정하는데 주저하지 말 것을 촉구한바 있다. 정부가 아무리 옳다고 판단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여론이 승복하지 않는 정책은 시행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요체는 민심을 올바로 파악하는데서 시작되는 민심정치가 아닌가. 민심을 어루만지는데서 생각을 풀면 해법은 자명하게 나올 것이다.
우리는 여당 일각에서 진행중인 중재노력이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면서,파국으로 달려가는 이동통신 정국을 더 늦기 전에 풀어야 할 절대적인 책임과 정치적인 의무가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노 대통령은 물론이고 갈등의 한쪽 당사자인 김 대표에게도 공유되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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