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권내 「파워게임」 표면화/「이동통신」 대립… 갈등기류 증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권내 「파워게임」 표면화/「이동통신」 대립… 갈등기류 증폭

입력
1992.08.23 00:00
0 0

◎대노·위기감… 공세 정면제동/도덕성 문제 초점화에 곤혹… “차별화 한계” 강조/청와대/“대선길 악재 쐐기” 홀로서기/동반관계 의존탈피 대국민 새 이미지 구축박차/YS측▷청와대◁

청와대는 이동통신 사업자선정 이전부터 여야 정치권의 이의제기가 있었던 만큼 발표후의 반발은 어느정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반발의 강도가 예상외로 거세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특히 민자당의 김영삼대표가 「깨끗한 정부」를 역설하며 대국민 선언예고 등으로 정면 대응자세를 시사하자 청와대 참모진들은 다소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22일 상오 노태우대통령이 긴급 수석비서관 회의를 소집,정치권의 반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면서 청와대 분위기는 반전돼가는 양상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중권 정무수석의 짤막한 발표대로 「청와대의 정직성과 도덕성에 흠이 있는 것처럼 지적되고 있는데 대한 심각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여분간의 회의에서는 주로 노 대통령의 격노가 계속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도 김 대표가 전날 강릉에서 『나도 아내와 자식을 사랑한다. 그러나 나라를 더 사랑한다』고 우회적으로 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도화선이 된 것 같다는게 청와대 주변의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경이 선정된데 대해 『하늘을 우러러 한점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공정성을 거듭 역설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노 대통령의 언급내용이나 태도로 보아 사업자 발표의 백지화나 재고는 일단 없을 것으로 보아야할 것 같다. 오히려 김 대표와 민자당의 공세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 분위기의 강도를 전달하려는데 이날 회의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청와대에서 앞으로 가시적 대응조치가 있을 것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청와대 비서진들은 설명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민자당 총재직 사임의사를 표명할 오는 25일의 청와대 당무회의도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미루어 이날 노 대통령의 「대노」는 인간적인 분노외에 김 대표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도 함축돼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측은 김 대표측이 이동통신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할 때부터 『선거를 혼자 치를 수 있겠느냐』는 말을 해왔다.

노 대통령의 지원없이 김 대표가 대선을 치르기는 어렵다는 얘기였다.

이는 반드시 자금만을 뜻하는게 아니고 여권 조직과 분위기를 포함한다는 논리였다. 김 대표측이 득표력 제고를 위해 차별화 전략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가 가나 어차피 차별화 수위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도 뒤따랐었다.

따라서 이날 회의에서 나타난 노 대통령의 뜻이 좀더 분명히 김 대표측에 전달되기를 바라는게 청와대 참모진들의 분위기인 것 같다. 이날 노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후 수석비서관들이 따로 모인 자리에서는 이동통신 사업자 발표후 예상됐던 김 대표측의 반발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돼있지 않았던 것을 자탄하는 소리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측이 이날 제동을 걸고 나온데는 임기말에 더이상 밀렸다가는 끝장이라는 위기의식도 작용했을 것이란 풀이도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선정을 백지화할 경우 다른 국책사업 모두에도 브레이크가 걸릴게 뻔해 백지화 순간이 바로 임기끝이라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상당한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 또한 사실인 것 같다. 청와대측은 사업자선정 과정에 의혹이 없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하면 이를 수용하겠다는 청와대의 원칙표명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물론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표명 뒤에는 야당이 국조권발동을 위해 원을 구성하러 국회에 들어가겠느냐는 분석도 깔려 있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딜레마는 여야 정치권의 공세 초점이 사업자선정의 행정직 절차상 문제에 있는게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 문제에 맞춰져 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선정과정에 의혹이 없다는 것만 내세워 무작정 여론의 거센 반발을 거슬러 올라가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청와대 참모진도 느끼고 있다.

청와대측은 오는 28일 김 대표가 총재직 이양후 밝힐 대국민 선언도 사업자선정 백지화 선언이라기 보다는 반대입장 표명정도일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는 눈치이다.

또한 청와대측은 이날 청와대 분위기가 김 대표측에 전달됐고 그 바탕위에서 주말을 이용해 양측간에 대화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정면 대립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측은 김 대표측의 다음 대응수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최규식기자>

▷YS측◁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정부의 이동통신 결정에 대한 반대입장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으며 대국민 선언 등을 준비하는 등 구체적 대응 수순마련에 나서 정치권,특히 여권내 파워게임의 향배가 크게 주목된다. 김 대표는 이미 노태우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제기한 자신의 입장을 조만간 공개 천명할 뜻을 밝힌데 이어 「가족에 대한 정치 지도자의 자세」라는 민감한 대목까지 거론함으로써 독자행보의 의지를 뚜렷이 시사하고 있다. 이는 김 대표가 보는 이동통신 문제의 핵심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꿔말해 행정적·기술적 선정기준이 아무리 공명하다고해도 대통령의 사돈가에 6공 최대의 이권사업을 맡긴 것은 국민적 정서와 크게 배치되고 의혹과 오해를 증폭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개 기술관료가 아닌 일국의 통치권자는 국가관리측면에서 민심의 흐름과 이반되는 정책결정을 피하는게 상식이자 도덕이라는 판단이다.

김 대표가 다소 지나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과 노 대통령 사이에 이같은 국가관리관의 큰 시각차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나아가 차제에 여권 핵심부의 이러한 잘못된 시국인식에 쐐기를 박아놓지 않는한 유사한 사안의 재발을 막을 수 없고 이 경우 자신의 대선가도는 밖으로부터의 공격보다 안으로부터의 악수때문에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본 것 같다.

김 대표가 노 대통령과의 갈등관계에서 비롯될 여권 대선전열의 차질을 감수하면서도 노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이 불가피하다는 마음을 굳혀가는 배경도 이같은 맥락에서이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오는 28일 총재직 취임을 전후해 선보일 새로운 이미지 구축 스케줄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노 대통령이 긴급 수석비서관 회의를 소집,김 대표의 행태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심지어 국정조사권 발동을 수용하겠다는 공세적 자세로 전환했으나 김 대표가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이미 독자수순을 밟겠다는 복안의 반영이라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일단 25일로 예정된 노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를 포함,총재 선출을 위한 중앙상무위 선출 때까지는 간접화법을 통한 시위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이동통신 문제의 재검토 여부를 포함,대선정국을 관리할 노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면서 독자행보의 내용과 수위를 결정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김 대표는 또 이 시기에 노 대통령과의 동반관계에 일정한 선을 그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김 대표의 독자행보 스케줄이 노 대통령의 암묵적 양해아래 이뤄지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김 대표 주변이나 당안팎의 일반적 견해는 『대통령의 정직성과 지도자의 청렴을 강조하고 극히 민감한 대목인 가족관리까지 언급되는 현실은 두사람간에 불협화의 전선이 짙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정가 관측통들은 28일 김 대표의 총재 취임직후 예상되는 기자회견 내용에 주목한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총재직을 이양받은 자리에서 행해질 취임사는 자리의 성격상 ▲차기 리더십의 성격 ▲국정 및 사회분위기 쇄신의 필요성 ▲공직인사의 합리성 등 큰 줄기에 국한될 것이고 김 대표 자신의 목소리는 독자적 회견형식으로 드러나리라고 보는 것이다.

현재 김 대표는 회견의 큰 줄기와 내용에 대해 각계 의견을 청취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초점은 차기 정권의 여권 후보로서의 리더십을 어떻게 부각시키느냐에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동통신 문제에 대한 입장으로 일단 선경의 자진포기,또는 선정과정의 전면 재검토중 하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한 고위 측근은 『이동통신 문제로 인해 김 대표가 자신의 대선전략을 크게 선회시키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여권 핵심부의 정국인식이 상당부분 안일하다는 것이 이동통신 문제로 드러난 이상 김 대표 본인이 대선의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는 것외에 다른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이어 『이제 김 대표는 대통령과의 동반관계에 의존한 범여권 결속보다 국민을 상대로한 비전을 더욱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김 대표가 보일 색채는 여야 개념이나 여권의 기득권과 다른 차원으로 표출될 것』이라고 전했다.<이유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