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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협력(한·중 새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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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협력(한·중 새시대:2)

입력
1992.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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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 패권지양에 균형추 역할/북 핵해결·돌발전쟁 방지 기여외교·안보차원에서 한중수교가 갖는 의미는 지대하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그동안 우리의 외교는 반쪽 외교에 불과했으며 한중수교로 이제 우리는 본격적인 외교를 펴나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한반도 정세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주변 4강국과 모두 수교를 함으로써 독자적인 외교를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주변 강대국을 상대로 한 다각외교를 성공적으로 펼쳐나가기 위한 외교역량의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한 것이다. 정치·외교,안보·군사,경제·통상 분야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과 앞으로 어떠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느냐는 우리나라의 진운에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아시아지역에서 유일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외교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탈냉전후 동북아시아 지역정세는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면서 거대 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패권주의를 기본구도로 해서 전개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와중에서 우리나라가 국익을 침해당하지 않고 역내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유연한 대일·대중 외교 역량 구사가 필수적이다. 양대 강국의 사이에서 균형자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동북아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패권세력의 출현을 견제하고 우리 국익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외교·안보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일본제국주의의 공동 피해자였던 한국과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군사대국화를 꾀하는 일본의 팽창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함께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긴밀한 협력을 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분단국으로서 통일을 하루빨리 실현해야할 우리나라는 주변 4대강국이 한반도 통일을 방해하거나 원치 않은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도 현재 북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과 협력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6·25 전쟁때 북한을 위해 흘린 혈맹이었으며 중·조 상호 원조조약을 체결,외부로부터 침략을 받을 경우 지체없이 군사 및 기타 모든지원을 제공토록 약속되어 있는 동맹국이다. 또 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과거 혁명적 유대를 유지하면서 협력을 다짐해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중수교로 중국과 북한의 혈맹관계가 어느정도 손상이 됐다하더라도 중국은 앞으로도 북한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해 나가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한중수교 충격으로 북한이 더욱 고립에 빠지지 않고 순조롭게 대외개방 및 개혁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한중 양국은 협력을 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중수교는 일시적으로 북한의 폐쇄 및 고립을 초래할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시켜 남북관계의 실질적 발전과 북한의 대일·대미 수교로 이어지면서 한반도지역 평화정착 및 통일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한중 양국은 이번 수교를 통해 한반도지역에서 핵무기 등 대량 살상무기 확산방지에 인식을 같이함으로써 남북 상호 핵사찰의 조기실천을 통한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은 이제 북한이 개방 개혁의 와중에서 맞게 될지도 모를 혼란에 대해 공동 대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돌발적 사태로 인한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방지에도 양국은 상호 협력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전쟁위험 감소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한중수교의 안보차원의 가치는 지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6·25 전쟁의 교전국이지만 이같은 사실이 양국 국교정상화에 결정적인 장애는 아니었다는 것이 외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교교섭 과정에서 우리측은 중국의 6·25 참전으로 우리 국민이 큰 희생을 당했음을 강조하고 이같은 불행한 일의 재발방지를 요청했고 중국측은 불행한 과거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국은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등에서 긴밀한 협력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측은 유사시 자동 개입조항을 명시한 조·중 상호 원조조약도 시대상황의 변화를 감안,엄격히 해석함으로써 우리측에 적대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중 양국은 아·태지역의 외교전개에서도 많은 협력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한중 수교에 힘입어 연말께 베트남과의 수교를 비롯,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반도 3국과도 수교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또 앞으로 아·태 경제협력(APEC) 각료회의 등을 통해 아·태지역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아·태지역 다자안보협력을 위해서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중수교는 우리 외교와 안보정책에 새지평을 열었으며 이를 계기로 장기적인 국가 대외전략 수립에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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