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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먼 중국길/조상욱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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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먼 중국길/조상욱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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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0일 상오 북경국제공항. 기자일행 2명은 인천까지 주2회 정기여객선이 다니는 위해에 가기위해 연대행 중국 국내선 비행기에 탑승했다. 연대에서 내려 버스나 택시로 위해까지 간다는게 당초 계획이었다.그러나 예정보다 10여분 늦은 상오 11시께 떠난 비행기는 30여분후부터 요동을 치며 급상승 급강하를 거듭했다. 며칠전 민항기 추락으로 9명이 숨지고 7월하순에도 40여명이 비행기사고로 숨진 사고가 떠 올랐다. 여객기는 끝내 1시간만에 북경공항으로 회항했다. 중국어와 서툰 영어로 기내 방송이 나오긴 했지만 「Beijing Airport」(북경공항)라는 한마디 외에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고 왜 북경공항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알 수도 없었다.

회항한뒤 1시간이 지난 하오 1시께 공항직원을 붙잡고 필담으로 「비행기 고장,오늘 비행기 취소」을 알아내기까지 이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배를 탈 수 없게된 우리의 고난은 그때부터 가중됐다. 명색이 국제공항인데도 영어를 할줄 아는 직원은 거의 없었고 몇마디 하는 사람도 항공료 환불과 짐을 찾아달라는 요구에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심지어 발을 동동구르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킬킬거리고 재미있어 했다. 금연구역에서 함부로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일삼던 그들은 공중전화가 있는 곳,안내센터,한국말을 할줄 아는 사람을 알려달라고 하면 턱짓과 손가락질만 하기 일쑤였다.

한 직원을 따라 컴컴한 컨베이어벨트의 통로를 더듬거리며 내려가 지하창고에서 무거운 짐들을 챙겨 승강기도 없는 계단으로 20여m나 끌고 올라 왔을 때는 땀이 비오듯 했다.

책상을 치며 고함을 질러댄 끝에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안내를 받고 찾아가 다음날의 북경­홍콩­서울 항공편 예약을 겨우 끝낸 것이 하오 5시30분께. 상오 8시부터 하루 온종일 불친절하고 무책임한 공항직원등과 실랑이한 셈이었다.

다음날 홍콩발 국제선에 탑승하며 「친절은 중국인 모두의 책임」 「보다 개방된 마음으로 2000년 올림픽을 성사시키자」는 구호들을 보면서 우리는 한·중 수교와 함께 단교하는 대만의 중정 국제공항을 생각했다. 현대적이고 조직적이며 그리고 우리에게 친절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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