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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새 질서로의 재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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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새 질서로의 재편(사설)

입력
199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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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해동안 숙제거리로 입에 오르내렸던 한국과 중국의 정식 수교는 동북아에 다각적인 파급효과를 몰고 올 것이 확실하다. 동서대결이라는 단순구조가 서서히 퇴색하면서,이제는 아시아권에서도 탈냉전의 방향으로 새로운 국제질서가 모색되는 단계로의 이행이 시도될 것이다.정식국교가 트이기 전에 한국과 중국 두나라는 이미 정치·군사를 제외한 교류관계에서 상당한 발전을 기록해왔다. 지난해의 무역액은 왕복 합쳐 57억달러에 이르렀고,올해에는 1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정부당국자는 전망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중국이 미국·일본에 이어 우리의 세번째 무역상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노재원 북경주재 무역대표부 대사).

두나라가 교환한 무역대표부는 영사업무도 담당하고 있어 사실상 외교채널을 겸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두나라의 정식수교는 주변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치적 결정이다.

우리측보다는 중국쪽에서 보다 복잡한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전통적인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무릅써야 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8백억달러가 넘는 돈보따리를 메고 니제르 등 국제외교무대에서 정력적으로 외교활동을 펴고 있는 대만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이후 정식 수교의 요건이 성숙했고,경제특구를 앞세운 경제발전 계획의 지속적 진행을 위해서도 한국과의 수교가 유익하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일본을 견제하고,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저울질하는 면이 없다고는 할 수도 어려울 것 같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오리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일본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다시 생각할 것이다. 새로운 집단안보체제 구상을 내세워 보다 적극적으로 동북아 일대에 대한 영향력 회복을 노릴 것이고,북한과의 수교협상 자세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그 누구보다도 중국이 한국과 수교키로 결정함으로써 북한이 받는 정치적 충격은 클 것이다. 이러한 충격이 남북사이의 긴장완화와 화해·협력을 위해 긍정적 영향을 주기를 기대하지만,북측의 국제적 고립감과 위기의식이 단기적으로는 태도를 오히려 굳게 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어쨌든 우리는 옛 소련과의 수교에 이어 중국과의 수교로 탈냉전의 세계적 흐름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중국과의 수교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이 동북아의 국제 정치구조를 새로운 다원적 구조로 바꿔놓는 조짐이 표면화됐음을 뜻한다.

느리나마 변해가는 주변정세에 걸맞는 새로운 감각과 장기적인 비전의 개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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